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 앞서 한·미 무역협상을 거론하면서 “꽤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이미 타결돼 양국간 정식 서명만 남겨 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미국과 한국이 동반 참여하는 ‘13개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두고 한 말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한국과 지금 아주 큰 무역협정을 놓고 재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무역에서 꽤 좋은 뉴스를 접하게 될 것(We have a very big trade arrangement that we’re renegotiating right now with South Korea..…And we will have some pretty good news, I think, on trade)”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일할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한국 협상팀을 칭찬하는 것으로 읽히는 말도 꺼냈다. 이와 관련해 우리 통상당국은 뚜렷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협정’은 개정 협정문의 문구협상까지 마치고 정식 서명만 남겨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동반 가입 ‘신TPP’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13월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TPP 복귀 여부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월5일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들에게 한 ‘신통상전략’ 브리핑에서 “미국·캐나다와의 통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의 TPP 복귀 때 한국의 TPP 가입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공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빠진 일본 주도의 11개국 TPP에서 미국·한국이 함께 가입하는 13개국 ‘신TPP’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3일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미 양국이 TPP에 동시에 함께 참가하는 우리 ‘신TPP’ 정책 추진과 관련해 그동안 미국과 채널을 열어두고 물밑에서 협의해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미국과 우리 사이에 신TPP를 놓고 진도와 단계가 크게 나간 상황은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양국간 TPP 협의 내용에 대해 ‘꽤 좋은 뉴스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아주 큰 무역협정’이 TPP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의 앞 뒤 맥락을 알아야 그것이 TPP를 지칭하는지 한-미 FTA를 지칭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워싱턴 현지의 우리 통상조직을 통해 이 대목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통상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몹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태지역 역내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TPP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이 탈퇴해 지난 3월 일본·호주·캐나다·베트남 등 11개국이 정식 서명해 출범했으며, 내년 상반기 발효를 목표로 각 나라별로 국내 비준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부처간 합의를 거쳐 ‘미국의 TPP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TPP 가입 여부를 올 상반기 안에 결론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티피피 가입 여부에 따른 경제·통상 이해득실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온 정부는 TPP를 “전향적으로 접근”(김현종 본부장)하는 등 사실상 가입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가 최근 감지된다. 이에 따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협상 좋은 뉴스” 언급은, 양국 공조 아래 미국도 TPP 복귀를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한국·미국이 TPP에 동반 참여하는 ‘13개국 신TPP’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기존 TPP에 불만을 가져서 탈퇴했다는 점, 그리고 여전히 미국이 일본이 주도하는 11개국 TPP보다는 일본과 독립적인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해석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TPP는 한국이 그동안 맺은 다른 자유무역협정(총 52개국에 걸친 15개 FTA)에 비해 제조업·농산물 등에 걸쳐 상당히 폭넓고 높은 수준의 개방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의 TPP 참여는 만성적 무역역조를 보여온 일본과 사실상 자유무역지대를 맺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며, TPP에 참여하면 대일본 교역 무역적자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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