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경제에 영향 분석을 충분히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이날 김 부총리는 ‘한국-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 최저임금의 적절한 인상은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에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시장과 사업주에게 어느 정도 수용성이 있는지를 같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지금까지 잠정·중간 연구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올해 1분기 고용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긴 시계열로 봐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김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 태도로 해석하긴 어렵다. 김 부총리는 올해 1월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 연도에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고,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 때마다 “신축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최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김 부총리가 잇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분석’을 강조하고 있는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에서도 “개인적 경험이나 직관으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한달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고용부진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경제부처 안팎에선 최근 고용이 부진한데다 성장세 둔화 혹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기진단이 나옴에 따라,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좀더 힘을 싣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4월 취업자 증가폭은 석달 연속 10만명대에 그쳤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5월 이후로는 다소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지만, 정부의 올해 고용 전망(취업자 수 32만명 증가)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진단에서도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우리 경제 상황이 정부의 목표인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지표에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신호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부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기구가 별도로 있고 심의가 진행되는 중에 경제부총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김 부총리가 말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장 영향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은주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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