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으로 올레드 TV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높이 2m가 넘는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은 정면대비 좌우상하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까지 총 720도를 회전하며 자동으로 화질을 측정한다. 최대 12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까지 측정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의 휘도(밝기), 명암비, 시야 각, 색 재현율 등 모델별로 1000개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LG전자 제공.
박유 엘지(LG)전자 텔레비전(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겨울에도 에어컨을 켜고 산다. 암막 커튼을 겹겹이 친 실험실에서 2m가 넘는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을 돌리다 보면, 어느 새 땀이 흥건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티브이 화면이 완벽한 블랙인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 ‘엘지 디지털파크’에서는 엘지전자의 프리미엄 텔레비전 제품 ‘올레드(OLED) TV’ 개발이 한창이었다. 엘지전자는 지난 3~4월 한국과 미국에서 2018년형 올레드 티브이를 출시했고, 지금은 내년도에 내놓을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소니·삼성전자 등과 함께 ’세계 티브이시장 3강’인 엘지전자는 올레드 티브이를 고가이자 대형인 프리미엄 티브이의 주력 모델로 삼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엘지전자는 물량 면에서 삼성전자에 밀리지만 수익성은 훨씬 나은 상황이다. 후발 주자인 ’전통의 강자’ 소니에 최근 뒤졌지만 역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엘지전자는 무엇보다 올레드 티브이의 강점인 화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특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을 갖추고, 밝기와 명암비, 시야 각, 색 재현율 등 모델별로 1000가지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했다. 최대 120형(인치) 디스플레이까지 분석이 가능한 측정 장비는 전후·좌우·상하를 최대 720도까지 돌면서 자동으로 화질을 측정한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올레드 티브이의 최고 강점 중 하나가 3300만개 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고 꺼져 완벽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좌우상하 어느 방향으로 측정해도 변화가 없는 완벽한 색상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화질팀은 각 나라마다 맞춤형 화질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색 온도와 문화적 환경 등도 분석한다. 티브이 화질에 대해 개인별 선호도 차이가 있지만, 태양 고도나 피부 톤, 문화적 환경에 따라 선호하는 화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접 조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는 화려하고 밝은 영상을 좋아하지만, 간접 조명을 선호하는 유럽은 자연스럽고 눈이 편안한 화질을 선호한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각 지역의 관습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소비자의 선호와 요구가 다양하다. 연구원들이 세계 각국에서 방영중인 영화, 드라마, 뉴스, 다큐 등을 녹화해 화질을 테스트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연구원들이 무향실에서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무향실은 천장, 벽, 바닥 등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반사가 0에 가깝게 설계돼, 순수하게 TV에서 나오는 소리만을 측정할 수 있다. 고성능 흡음재가 마치 돌기처럼 튀어나와 벽면 전체를 감싸고 있다. 외부진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철망을 깔고 그 위에서 제품을 테스트한다. LG전자 제공.
화질과 함께 티브이의 양대 기능 중 하나인 음향도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이다. 수십명의 연구원들이 소리 반사가 전혀 없는 무향실에서 기계적으로 소리를 체크하고, 일상 환경과 비슷하게 만든 청음실에서 직접 귀로 듣고 최적의 소리를 조율한다.
무향실의 경우 수천개의 스펀지로 만든 흡음재가 6면체 방의 바닥까지 깔려있어, 소리의 반사 없이 순수하게 티브이에서 나오는 소리만 측정할 수 있다. 청음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직접 티브이 소리를 귀로 듣고 음의 왜곡과 균형을 잡아주는 튜닝 작업을 한다. 경력 15년차인 박종하 티브이음질팀 책임연구원은 “소리를 들으면 0.1초만에 맑은지, 탁한지, 풍부한지, 빈약한지 등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며 “시청자가 듣는 최적의 소리를 찾아내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영상과 마찬가지로 음향도 나라마다 선호하는 소리가 다르다. 미국 소비자는 풍성한 저음을 좋아하고, 유럽 소비자는 자연스럽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선호한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 인도는 작은 크기라도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티브이를 좋아한다. 한국어보다 ‘츠츠츠’ 등 치찰음이 많은 영어권 소비자는 이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음질이 나쁘다고 느낀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1990년대까지는 소리의 명료도를 최우선시했다. 그러나 최근 영화 등 사운드가 강조된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실감나고 입체감 있게 소리를 표현하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의 엘지 디지털 파크는 연구개발, 생산, 품질,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엘지전자의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축구장 90개 크기 공간에서 2000여명의 직원이 티브이와 스마트폰 등을 연구하고 생산한다.
평택/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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