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
하위 20% ‘빈곤에 허덕’(8%↓)
상위 20% ‘나홀로 호황’(9%↑)
소득격차 5.95배 사상 최대 기록
고령층 늘고 일용직 줄며 더 악화
“소득양극화 완화할 수 있을만큼
정부가 구체적 정책 못내놓은 탓”
하위 20% ‘빈곤에 허덕’(8%↓)
상위 20% ‘나홀로 호황’(9%↑)
소득격차 5.95배 사상 최대 기록
고령층 늘고 일용직 줄며 더 악화
“소득양극화 완화할 수 있을만큼
정부가 구체적 정책 못내놓은 탓”
올해 1분기(1~3월)에 저소득가구의 가계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저소득가구에 고령인구가 많아진데다 도소매업과 음식점·숙박업 등의 고용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분배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앞세우고 있지만 소득 양극화를 완화할수 있을만큼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에 물가상승 등을 고려한 실질소득(2인이상 전국가구 기준)은 월평균 458만1530원으로 한 해 전보다 2.4% 늘었다. 2015년 3분기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실질소득은 지난해 4분기에 9분기만에 증가세(1.6%)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에는 증가폭이 더 커진 것이다.
하지만 소득계층별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올해 1분기에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의 가계소득(명목기준·2인 이상 전국 가구)은 월평균 128만6700원으로 1년 전보다 8.0%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근로소득(47만2900원)과 사업소득(18만7800원)이 각각 13.3%와 26%나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견줘 소득 상위 20% 계층인 5분위의 가계소득은 한 해 전보다 9.3% 늘어나며, 월평균 1천만원(1015만1700원)을 넘어섰다. 5분위의 소득 증가폭은 2004년 3분기(9.4%) 이후 최대치였다.
이에 따라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에 견줘 몇 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소득 기준)은 역대 최고치인 5.95배로 벌어졌다. 이 지표는 2016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악화됐다가 지난해 4분기 다소 개선됐는데 1분기 만에 다시 뒷걸음질한 것이다.
정부는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와 최근 고용부진 등이 저소득가구의 소득에 타격을 입힌 결과로 보고 있다. 거꾸로 고소득가구의 경우 지난해 대기업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연말 성과급 증가 등의 요인으로 소득이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이 감소한 이유는 70살 이상 노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견줘 지난해 일부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기업 임원 등이 특별상여금을 받아 5분위의 근로소득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장년층(45~64살)은 올해 2~3월에 임시직에서 7만2천명, 일용직에서 5만4천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3만4천명)과 음식·숙박업(-2만8천명)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이후 감소한 중국 관광객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것이 기재부 쪽 설명이다.
최근 직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고용시장의 변화도 1분위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가구주가 노동자인 가구와 아닌 가구로 나눠보면, 1분위에서 ‘노동자가구’의 소득은 0.2% 상승한 반면, ‘노동자외가구’의 소득은 13.8%나 떨어졌다. 영세 자영업자가 1분기 소득 감소를 이끈 셈이다. 김정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령층이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인구구조상 1~2분위의 소득은 감소 추세를 계속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소득가구의 소득 급감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인지에 대해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더라도 자영업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고용을 감축해버리면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고용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1분위는 일자리를 갖지 못해 최저임금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며 “소득 양극화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정부가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도규상 국장은 “노인 일자리 정책이나 근로장려금(EITC) 등을 강화하고 혁신성장 등을 가속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우석진 교수는 “조세·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소득재분배에 힘써야 1분위 소득을 끌어올 수 있다.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편 복지로 지향하면 한계가 드러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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