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주요 국내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2만3145곳의 재무제표를 종합해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정도를 분석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2.4%, 2016년 1.1%에서 지난해에는 9.9%로 크게 개선됐다. 총자산 증가율도 같은 기간 3.3%→3.3%→5.3%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57.4% 증가한 979억4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출단가가 19.7% 오르는 등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 지표 가운데서는 영업이익률이 2015년 5.2%에서 2016년 6.2%, 지난해 7.4%로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고, 이자보상비율도 426.4%→520.9%→673.4%로 크게 개선됐다. 안정성 지표 가운데서는 2016년 100.6%였던 부채비율이 2016년 98.2%, 지난해 92.3%로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 또한 같은 기간 27.1%→26.5%→25.1%로 낮아졌다. 한은 권처윤 기업통계팀장은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 대부분 지표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지표 개선에는 반도체 업종의 유례없는 호황 덕이 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제조업 영업이익의 39.3%, 전체 기업 영업이익의 25.5%를 차지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그 비중이 각각 19%대, 11%대 수준이었다. 한은 노충식 금융통계부장은 “반도체 업종이 2015~16년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그 전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20%가량을 차지해 기저효과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 9.9% 가운데 반도체 업종의 기여도는 2.56%p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전기전자의 부채비율이 56.9%에서 57.6%로 약간 낮아졌고, 음식숙박업 부채비율이 118.8%에서 130.5%로 악화했다. 노 부장은 “기계·전기전자는 설비증설 등으로, 음식숙박업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 감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석유·화학, 기계·전기전자 대기업 등이 개선세를 견인했는데, 이걸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올해 전망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서도 일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상장사, 상장예정사, 자산 120억원 이상 기업, 자산 70억원 이상이면서 부채가 70억원 이상이거나 종업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은 외부인의 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 외감기업은 2만9263개사인데, 이번 조사는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운수업·부동산업·숙박음식업과 금융보험업, 비사업지주회사, 특수목적회사(SPC, PFV) 등은 제외한 2만3145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제조업체는 1만441개이고, 비제조업체는 1만2704곳이다. 비제조업체 가운데는 서비스업이 1만804개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건설업(1484곳), 전기가스업(238곳), 어업·광업(178곳)이 그 뒤를 이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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