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1조3851억원(0.45%)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정부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0.38%(2298만주)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0.07%(402만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각각 1조1790억원, 2060억원 규모다. 처분은 이날 밤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이뤄졌다.
두 회사는 공시를 통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 해소하기 위한 조처”라고 매각 사유를 밝혔다. 금산법상 동일계열 금융기관 및 기업집단이 다른 회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때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하라’고 말하는 등 사실상 승인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현재 9.72%에서 10.45%로 높아진다. 10%를 넘는 양만큼 팔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처에 대해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록 양은 적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의 첫 발을 뗐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대해 “고민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던 삼성생명이 이날은 “국제회계기준 등을 감안해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추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것도 주목된다.
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라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추가 조처가 있으면 의미가 있지만, 당면한 ‘10% 룰’을 피하기 위한 매각에 그쳐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고민이 깊어진 것은 맞지만, 당장 추가 움직임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은 전날보다 3.51% 떨어진 4만9500원, 삼성생명은 0.94% 상승한 10만7500원, 삼성화재는 1.37% 내린 25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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