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경제점검회의에서 저소득층 소득 향상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지 하루 만인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에 더 힘을 싣겠다는 뜻을 밝혀, 청와대 쪽과 충돌 기류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복지확대에 힘써달라고 주문한 데 대해, ‘혁신성장이 중요하다’는 본인 의중을 드러내며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되찾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열어 “소득 1분위를 포함한 저소득층의 소득 향상과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소득이전지출 등 대책들도 중요하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북돋울 수 있는 혁신성장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혁신성장 추진에 있어 정부 내에서 일부 제약이 있었으나 이제는 기재부를 포함한 전 경제부처가 역량을 모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민간과 시장이 혁신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며 민간과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경제 참모진이 참석한 가운데 연 긴급경제점검회의에서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의 소득 향상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28일에도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성장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저소득 국민들에 대한 정책을 강화해달라” “고령·무직·저소득 가구의 생활안정이 시급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 노후소득 보장 정책을 다시 점검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김 부총리의 이날 ‘작심 발언’은 청와대의 주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소신대로 가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김 부총리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며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 참모진과 이견을 보여왔는데, 전날 청와대 회의에서도 최저임금과 고용 부진 등을 두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도 청와대 회의와 관련해 “(소득 1분위의 가계소득 감소, 분배지표 악화에 대해) 우리 부의 분석과 입장을 토대로 충분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으며 다양한 이견들도 나왔다”고 말해, 청와대 쪽과 이견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장 실장이 지난 15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고 밝힌 다음날 김 부총리는 국회에서 “개인적 경험이나 직관으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해 엇박자 논란이 인 바 있다.
김 부총리는 간부회의에서 “기재부가 중심이 되어”라는 표현을 두차례나 사용했다. 전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앞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서면 브리핑을 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보다 장 실장의 역할이 더 큰 것처럼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라고 서면 브리핑을 했다가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표현을 수정하기도 했다.
경제부처 안팎에선 그동안 ‘김동연 패싱’(김 부총리를 건너뛰고 정책이 결정되는 것) 논란에 여러차례 휩싸인 김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청와대 경제 참모진의 정책 기조와 주도권에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더 이상 (현안 이슈와 관련해) 물러서게 되면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김 부총리의 위기의식이 오늘 간부회의에서 드러난 것 같다.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혁신 성장은 문 대통령도 부총리에게 챙겨 달라고 강조해온 부분”이라며 “전날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 주제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은주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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