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한화큐셀 치둥공장을 방문한 김승연 한화 회장. 한화 제공
한화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화에스앤씨(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고,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해 각 계열사의 독립·책임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그룹 경영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이날 한화에스앤씨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합병법인은 오는 8월 ‘한화시스템’으로 새 출범한다. 한화시스템이 에스앤씨(소멸법인)를 흡수합병하는 셈이다. 합병비율은 1주(한화시스템) 대 2.002주(한화에스앤씨)이며, 주식수를 고려한 주식가치 비율로는 1주(한화시스템) 대 0.8901주(한화에스앤씨)이다. 한화 쪽은 “그동안 비상장사인 두 회사가 외부 회계법인을 별도로 선정해 기업 가치평가를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객관적인 합병 비율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신설 합병법인의 주주별 예상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 52.9%, 에이치(H)솔루션 26.1%, 재무적 투자자(FI)인 스틱컨소시엄(헬리오스에스앤씨) 21.0%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50%)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김동선씨(25%)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지배기업은 지분 100%를 소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합병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주주총회는 이달 15일에 열린다.
에이치솔루션은 합병법인 보유지분 중 11.6%를 스틱컨소시엄에 추가 매각할 계획이다. 그러면 에이치솔루션의 합병 한화시스템 지분이 14.5%로 낮아지게 돼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비상장 기업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 20% 초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한화는 “정보서비스 사업을 하는 한화에스앤씨와 방위전자 사업을 하는 한화시스템의 합병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신규사업 영역으로 진출이 용이해지는 등 여러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한화에쓰앤씨를 물적분할해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한화에쓰앤씨(사업부문)로 나눴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에스앤씨는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등 일감몰아주기의 중심축으로 여겨져왔다. 당시 ‘총수 일가→에이치솔루션→한화에스앤씨’로 지배구조를 변경했으나 총수 일가 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이 여전히 에스앤씨 지분을 50% 이상(55.36%) 보유해 당국과 시장으로부터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쇄신안은 그룹 당면과제인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조사까지 받는 등 압박을 받아온 김승연 회장이 서둘러 계열사 지분 해소라는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 쪽은 “에이치솔루션이 향후 합병법인에 대한 보유지분을 전부 해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이사회 중심 경영과 계열사 책임경영체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도 발표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상생경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하도급 등 공정거래 관련 사항을 독립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사실상 총수 보좌역할을 해온 그룹 경영기획실은 해체한다.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맡고, 각 계열사를 지원하는 그룹차원 조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신설된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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