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 성공 기원을 담은 메시지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각각 2.9%와 2.7%로 전망했다.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4월 산업생산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설비투자가 두 달 연속 줄고 소매판매도 넉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의 경우, 지난 연말에 내놨던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올해 정부 추가경정예산의 성장률 기여 효과(0.1%포인트)가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장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 셈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보고 있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전망치는 종전 3.1%에서 2.9%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하반기 전망치는 2.8%로 유지했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고용전망과 관련해선,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당초 30만명 안팎에서 20만명대 중반으로, 내년에는 20만명대 초반으로 낮춰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된 최근 ‘경기 진단 논쟁’과 관련해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속도가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는, 제조업 개선 추세와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소비 확대가 아직 서비스업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자동차 및 선박 등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며 금액 기준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고, 물량 기준 수출도 세계교역량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3.9%)에도 불구하고, 수출 산업간 불균형 등으로 인해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과 원화가치 절상 등의 외부 요인도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투자 증가세를 이끌어오던 반도체 설비투자가 둔화되고 건설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전반적인 투자지표도 둔화될 걸로 내다봤다.
생산과 수출 지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는 올해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소득 증가 정책이나 주가상승,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인한 소비 여력 확충으로 소비 부분은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소비증가가 낮은 환율 등에 기대 해외소비 증가로 나타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경기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현욱 부장은 “속도가 저하되고 있지만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급락세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은 두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투자와 소비는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4월 전산업 생산은 전달에 견줘 1.5% 증가해, 2016년 1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부진을 겪어온 자동차(6.7%)를 비롯해 반도체(9.9%) 등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3.4% 증가한 데다 전달까지 감소세를 보여온 데 대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지난 3월 역대 최고치(112.6)를 기록했던 소매판매액 지수는 의복 등 내구재 소비가 감소하며 전달보다 1% 떨어졌다. 투자 동향을 보여주는 4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3.3% 감소해 두 달 연속 마이너스였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하락했고, 앞으로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포인트 하락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순환변동치는 통상 6개월 이상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경기가 하강 또는 침체 국면에 접어든 신호로 판단한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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