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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데이터도 잣대도 제각각…섣부른 정답 강요하는 최저임금 논쟁

등록 2018-06-06 05:00수정 2018-06-06 18:31

KDI “인상 땐 고용 타격” 보고서
최저임금 인상폭 컸던 헝가리 인용
“고용 감소 없던 영국은 분석 안해
부정적 효과만 부각한 것 아닌가”

청와대 “긍정 효과 90%” 언급
중하위층 임금 분석엔 유용한 통계
“무직·자영업자 영향은 분석 안됐고
최저임금 영향과 직결짓는 건 무리”

“당장 정답내기 어려운 문제 두고
지나치게 논쟁이 가열된 양상” 우려
산입범위 변수까지 있어 분석 까다로워
충분한 데이터 축적·패널조사 등 필요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와 국책연구기관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향 분석을 잇달아 내놨지만, 해당 분석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홍장표 경제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의 통계 근거를 밝힌 데 이어,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최저임금 효과 논쟁이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인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패가 최저임금으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닌 만큼 다양한 정책과제 추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DI 보고서, 지나치게 편의적 해석?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의 핵심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3만6천명~8만4천명 줄 수 있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각각 9만6천명과 14만명으로 고용감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탄력성 추정치(1977년부터 4년간·10% 인상 때 0.15% 감소)와 2000~2004년 사이 최저임금이 60% 오를 당시 헝가리의 고용 탄력성 추정치(약 2% 감소)를 적용한 분석이 도마에 올랐다. 연구자가 해외 연구 사례를 자의적으로 가져다 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어느 수준이 지나친 것인지, 그런 지점은 언제 오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연구기관의 역할인데, 이번 케이디아이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 효과는 각 나라 노동시장 사정이나 구조에 따라 다른데,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탄력성을 가져다 한국 사례를 ‘짐작’했다”며 “그 추정치마저 편의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추정치는 옛날(1970년대) 것이고 헝가리는 최저임금 속도가 빨리 올랐다는 이유로 살폈지만, 최저임금 상대수준이 비슷한 영국의 탄력성은 사용하지 않았다. 영국에선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생겨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큰 일부 연구 결과만 활용해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전제하고 분석한 보고서로 느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헝가리처럼 급격히 최저임금이 오른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인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임금 증가 수준과 최저임금의 중간임금 대비 비중이 한국과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긍정효과 90%’는 반쪽짜리 분석? 야권은 홍장표 경제수석이 3일 밝힌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의 통계 근거를 두고 공세를 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 해고된 실직자들은 빼놓고 긍정 효과를 임의대로 계산했다”(자유한국당)는 비판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조사 방식이 정밀하지 않고, 가구 단위 조사에서 개인을 추려내서 분석하면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번 분석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가구 단위 통계에서 가구주가 근로자(근로자 가구)냐 근로자가 아니냐(근로자외 가구)를 구분하지 않고, 가구주·배우자·기타가구원(1명으로 처리) 가운데 임금이 있는 모든 이들을 추려 임금 순서대로 100분위로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번 분석을 맡았던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용 가능한 통계가 많지 않은 가운데) 국세통계와 비교해보면 중하위 계층 임금을 파악하는 데 있어 신뢰할 만한 측면이 있어, 가계동향조사 원자료 분석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소득 분배 연구에서 이런 방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분석과 최저임금의 효과를 곧바로 연결짓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홍 연구위원은 “단순히 임금 분위를 나누어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무직이나 자영업 가구 등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지 않은 중간 분석 과정인데다 노동시간도 나와 있지 않아 최저임금 영향과 곧바로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금 불평등이 다소 완화된 상황에서 가구 단위에서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③최저임금 효과 분석, 어찌하오리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나온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효과와 부정효과 모두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 분석을 단기간 내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영국의 경우, 1999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뒤 최저임금의 영향을 다르게 받는 두 집단을 비교했다.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서 최저임금 도입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처방집단)과 이미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높아서 제도 도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통제집단)의 고용 유지율을 분석했다. 동일한 사람의 고용 유지율을 추정하는 것이라 개인별 패널 자료가 필요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는 패널 방식이 아니어서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지역별 최저임금의 차이를 이용해 효과를 분석했다. 16개 주정부에서 연방최저임금보다 높은 주별 최저임금을 도입했기에, 각기 다른 최저임금 영향률을 이용해 최저임금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전국이 동일하게 역시 이 분석방법을 쓰기 어렵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최저임금 영향이 많은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최저임금 준수율이 높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정도로 비교분석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질과 소득분배 개선의 효과가 있는 정책이라서 고용 영향을 따지는 게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면 사업주 지불능력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논쟁이 지나치게 가열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헌 국장은 “최저임금 영향 분석은 경제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어서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몇 가지 방식을 동원해서 분석하고 범위를 설정한다. 그 전제는 최소 1년 이상의 데이터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특히 한국은 일자리안정자금이 투입된 데다 산입범위까지 바뀌어서 분석이 훨씬 어려워졌다. 당장 답을 내기 어려운 것을 두고 너무 열심히 논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 정책이 중요하지만 이것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패가 좌우되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그는 “문제는 돈”이라며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 서비스산업 혁신, 영세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보호 등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주도성장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올해 고용부진이 최저임금 영향은 아니라는데…근거는 무엇?

지난 2~4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로 줄어들면서 ‘최저임금의 역설’이라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은 최저임금이 올해 고용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잇따라 밝혔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를 보면, 최저임금 영향을 산업별로 구분해 분석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준다면,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은 산업에서 고용 변동이 더 클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영향률을 산업별로 보면, 음식·숙박업이 25.9%로 가장 높고, 도·소매업(16.1%), 보건·복지(14%) 그 다음이다. 반면 건설업(3.6%)이나 제조업(7.8%)는 상대적으로 낮다. 산업별로 고용 추세를 비교해보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량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다만 근로시간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2016년 7월 이후 음식·숙박업이 감소세였는데, 이런 추세를 판단하지 않으면 고용 감소가 최저임금의 영향 때문이라고 잘못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최저임금 노동자가 밀집된 15~24살 청년과 50대 여성에 집중했다. 지난 4월 청년의 임금노동자 비율은 24.7%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실업률 또한 2%포인트 하락해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떨어진 것이었다. 50대 여성은 임금노동자 비율이 오히려 올랐다.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은 도·소매업이라도 30~40대 남성 취업자 수가 많이 줄었기에 이는 최저임금 영향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이유는 첫째,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3조원을 쏟아부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지난달 30일 현재 대상자(236만)의 85%인 200만7천명이 신청했다. 둘째, 기업이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후생복리비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방식 충격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에서만 임금이 올리면 상품값을 올리기가 여의치 않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을 올리는 경우라면 가격 인상이 한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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