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어기고 농산물 하역비 등을 농민 등 출하자에게 전가해 온 가락농산물시장의 도매법인 5곳에 11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도매법인들은 2002년부터 농산물 하역비를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법이 바뀐 뒤에도 서로 짬짜미(담합)해 출하자에게 물려왔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가락농산물시장에서 농산물을 위탁 판매하는 5개 도매시장 법인이 농민 등 출하자로부터 위탁판매 대가로 지급받는 위탁수수료를 공동으로 정하기로 합의(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 중 4개 도매시장법인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0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농산물을 내리고 운반하는 데 드는 하역비 중 규격 제품에 적용되는 표준 하역비의 부담주체가 기존 출하자에서 도매법인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도매법인은 수수료와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받았는데, 이 중에서 표준 하역비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농민 등 출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물류 선진화 기반을 구축하자는 등의 취지였다.
그러나 2002년 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그해 4월 동화청과·서울청과·중앙청과·한국청과·대아청과 등 5개 도매법인 대표가 모여 위탁수수료를 종전 거래금액의 4%에 표준 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하기로 담합하고 실행했다. 표준 하역비를 제외하도록 한 법 개정안을 약화시킨 것이다.
도매법인은 당시부터 현재까지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4%+정액 표준하역비’로 적용해 출하자로부터 받고 있다. 이들은 2003년 127억원으로 시작해 2016년 239억원 등 해마다 200억원 넘는 돈을 표준하역비로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농안법 개정을 통해 출하자의 비용 부담 경감 등을 도모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매법인들이 이러한 법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종전의 하역비 그대로 위탁수수료 형태로 결정하고, 이를 출하자에게 전가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도매법인 5곳 중 2004년 담합에서 빠진 대아청과를 제외한 동화청과(23억5700만원)·서울청과(21억4100만원)·중앙청과(32억2400만원)·한국청과(38억9100만원)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락농산물시장은 최근 20여년 동안 새 도매법인 진입 없이 6곳의 도매법인이 경쟁을 자제하며 농산물 출하를 담당해왔다. 연간 거래금액이 2016년 기준 3조7천억원에 이르는 등 6곳의 도매법인이 평균 6천억원어치의 농수산물을 중개한다. 그 결과 이번 과징금 대상이 된 농산물 도매법인 4곳은 최근 3년 새 일반 도소매업종 평균 영업이익률(2.8%)의 5~7배에 이르는 14~21%의 영업이익율을 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도매법인의 자유로운 진입·퇴출을 위한 신규지정 및 심사제도 개선, 위탁수수료 담합 방지 등을 위한 구체적 기준 마련, 도매법인의 경영정보 공개 등 제도 개선책을 관련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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