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3.1기가와트(GW) 규모로 늘리겠다고 14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해 온 그린피스는 “삼성전자가 늦었지만 재생전력 사용 확대 계획을 세운 것을 환영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2020년에는 글로벌 전체로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재생전력 사용량을 3.1기가와트 규모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3.1기가와트는 4인 기준 11만5천여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가 3.1기가와트로 늘어날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재생전력 총량은 크게 늘지만, 비중은 여전히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3.1기가와트는 삼성전자 연간 전력 사용량의 10~20%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의 주차장·건물·옥상 등에 약 6만3000㎡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 수원사업장에 4만200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내년에는 평택사업장, 2020년에는 화성사업장에 2만1000㎡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추가로 설치한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 외에 다양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국외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미국과 유럽, 중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있는 제조공장, 빌딩, 오피스 등을 포함한 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종합기술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협력사들도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된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상위 100개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현황 공개와 목표 수립을 권고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인 ‘시디피(CDP) 서플라이 체인 프로그램’에 가입한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확대를 지원하는 단체인 비아르시(BRC)와 아르이비피(REBP)에도 가입했다.
김원경 삼성전자 국제대외협력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서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환경친화적인 회사로서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은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전환이란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중대한 결정이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의미있는 방식으로 이 계획을 이행해간다면, 기후변화의 시급성에 대응하는 혁신적 기업들의 대열에 합류하며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환경보호단체 등은 지속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 왔다. 국제 투자업계의 큰손인 네덜란드 연기금과 미국 연기금 캘퍼스 등도 지분 투자 등에 있어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항목으로 놓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그린피스가 평가한 친환경 평가에서 17개 글로벌 전자업체 중 디 마이너(D-)로 낮은 성적을 받았다. 삼성전자보다 점수가 낮은 업체는 아마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4곳이었다. 반면 애플은 지난 4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보다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신념의 일환으로 전 세계에 있는 시설들이 100% 재생에너지에 의해 가동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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