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시리즈 중 세 번째 빠른 속도로 100만대 돌파했다’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9의 판매량이 역대 제품 중 가장 저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더불어 S9의 디자인이나 성능이 이전의 S8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19일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등을 보면, 올해 S9의 예상 판매량은 3천만대로 추정된다. 하반기가 남았지만 올 2분기 추정 출하량이 1500만대에서 950만대로 대폭 줄었다. 애초 삼성전자가 목표로 했던 연간 4000만대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S9 예상 판매량은 2013년 나온 S3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지난해 3월 출시된 S8은 3750만대 팔렸고, 2015년 출시된 S6는 3990만대 판매됐다. 2016년 나온 S7은 초반 판매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발화로 단종되면서 그 해 4850만대 팔렸다. 삼성전자 쪽은 “아직 반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S9 판매량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S9 판매량이 S8보다 적은 추이를 보이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S9의 실적 부진은 일찍부터 예고됐다. 삼성전자는 S9이 출시된 지 채 두 달도 안 된 5월 초 가장 비싼 모델인 S9+(256GB)의 출고가를 8만원 정도 낮췄다. 이로 인해 고사양 제품인 S9+(256GB) 가격이 저사양인 S9+(64GB)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 쪽은 “S9 판매가 잘되고 있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동통신사 쪽은 “S9+ 모델의 판매부진으로, 재고 누적이 심해 이를 털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고 다른 설명을 내놨다.
S9 판매부진의 이유로는 환경적 요인과 기기 자체의 문제가 함께 꼽힌다. 우선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6천만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3% 줄었다.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판매량 추세가 꺾이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기능을 가진 중가 스마트폰의 확산도 S9 판매부진에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기능의 상향 평준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 현상이 약화됐고, 인도와 중국 등에서는 가성비 좋은 중국산 제품 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S9의 외형과 성능이 기존 제품에 견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S9은 기존 제품인 S8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 ‘쌍둥이폰’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디자인 변화가 너무 없다’는 얘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사실상 극한으로 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안병도 정보통신 평론가는 “삼성전자는 S5 출시 때 디자인을 많이 바꿨다가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디자인 변화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호평을 받았던 S8의 디자인을 이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끌어낼 만한 기능 개선도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S9의 슈퍼 슬로모션과 이모지 등의 기능을 강조했지만, 이 기능들은 각각 소니와 애플이 기존에 선보였던 것들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할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출시 일정을 8월 초로 앞당기는 등 S9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트9도 외형이나 기능에서 기존 제품인 노트8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심지어 노트 시리즈는 대형화된 갤럭시S+ 모델과도 차이가 점점 줄고 있다. S와 노트 시리즈의 유사화 현상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모바일부문장(사장)은 지난 2월 말 “엣지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아이덴티티로 가져간다”며 디자인 유사화가 일종의 전략임을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S와 노트 시리즈의 디자인을 바꾸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만약 노트9이 업계 예상대로 기존 제품과 디자인 차별점이 별로 없다면 실적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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