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한국 경제 보고서’.
한국이 급속한 고령화 등에 대비하려면 정부가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이 나왔다. 오이시디는 또 재벌 대기업이 주도해온 성장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중소기업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권고했다.
오이시디는 20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8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이시디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2년 주기로 국가별 경제 현황 분석과 정책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내고 있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는 종전대로 각각 3.0%를 유지했다. 다만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등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완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0.25%포인트→0.50%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금리를 1~2개월 사이에 올려야 할 정도로 급박하진 않다고 했다. 우선 오이시디는 한국이 경제규모에 견줘 삶의 질이 낮은 만큼, 재정지출을 사회복지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조세 및 이전 제도의 재분배 효과는 최근 들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며“2016년 10.4%인 한국의 공적 사회지출이 고령화 등으로 2060년에 국내총생산(GDP)의 25.8%로 커질 전망인데, 이 재원을 확보하려면 부가가치세 등 경제성장에 영향이 적은 조세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이시디의 평균 부가세율은 지난해 19%를 웃돌지만, 한국은 1977년 부가세 도입 이래 10%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오이시디는 재벌 대기업에 쏠린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불공정 거래와 주주이익 침해, 부정부패 등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대기업, 소위 재벌이 주도하는 수출 위주의 전통적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이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1 이하로 떨어졌고, 소득분포 하위 10% 근로자의 경우 지난 20년간 실질적인 임금 상승이 없었다. 이에 보고서는 상품시장 규제를 자유화해 경쟁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 기준과 역할을 강화하며, 기존 순환출자를 점진적으로 없애라고 권고했다. 또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서 부패 사범은 제외한다는 정부의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한국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정책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오이시디는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 증대 및 민간 소비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인건비 상승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랜들 존스 오이시디 한국경제담당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개월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든 것은 건설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제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영향도 있지만 음식점·숙박업과 도·소매업은 최저임금 인상과 긴밀하게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관련 영향을 좀 더 면밀하게 평가한 뒤에 추가 인상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