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전혀 예상 밖이다.”
포스코 이사회가 지난 23일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한 가운데, 포스코 내부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후보군 가운데 장인화·오인환 사장과 김진일·김준식 전 사장 등은 모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것과 달리 최 후보는 거의 주목을 못받았다. 특히 현직 사장들은 권오준 회장이 뒤를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전직 사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과 가깝다는 얘기가 많았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포스코 안에서 최 후보를 유력한 차기 회장감으로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작업을 주도해온 사외이사들이 최 후보를 낙점한 것은 최근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정치권력이 회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틈을 이용해 내부 기득권 세력이 담합을 통해 차기 회장을 옹립하려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자 사외이사들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면서 “사후라도 책임 추궁을 당할 일이 없도록 하려고 뒤탈이 없을 후보, 무난한 후보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포스코 계열사 대표는 이를 두고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최 후보는 외부 정치권이나 사내 기득권 세력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평을 받는다. ‘비서울대’이고, ‘권오준 키즈’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포스코가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돼온 회장 중도하차의 악순환을 끊고, 내부 개혁을 단행하는데 유리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난 50년 성공 역사를 바탕으로 명실상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정우(오른쪽 첫번째)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가 지난 2월27일 포스코켐텍이 세종시 전의산업단지 내 음극소재사업소에 증설한 2차전지 음극재 공장 6·7호기를 둘러보고 있다. 포스코 제공
최 후보는 포스코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1983년 입사 뒤 2006년 재무실장을 거쳐, 2008년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상무), 2014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15년에는 본사 가치경영실장, 2016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 한 임원은 “동래고와 부산대를 졸업하고 포스코 주력부서인 철강생산·판매를 맡은 적이 없어, 그동안 포스코를 주도해온 서울공대 출신과 대비되는 ‘비주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2015~2016년 포스코 구조조정에서 성과를 내면서 2016년 부사장, 2017년 사장으로 연속 승진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밀려나면서 권 회장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최 후보는 7월27일 포스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포스코에서 비엔지니어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는 것은 황경로 2대 회장에 이어 두번째다. 2014년 권오준 회장의 전례로 보면 최 후보도 임시주총에서 경영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계열사의 한 대표는 “최 후보는 재무통답게 일처리가 꼼꼼하고 주위 얘기도 경청하는 스타일이어서 참모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앞으로는 최고경영자로서 새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내부개혁을 단행하는 리더십을 보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이 풀어나갈 경영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철강 수요 부진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으로 수출길도 좁아지는 등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비철강 부문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를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키워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곽정수 선임기자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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