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광고를 독점하는 이노션은 2005년 정몽구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로 설립됐다. 2014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시행되자 2013년~2015년 총수일가 지분 매각과 2015년 7월 증시상장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을 낮춤으로써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총수일가 지분은 3월말 현재 정 회장의 딸인 정성이 고문 27.99%,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2% 등 모두 29.99%로, 규제기준인 30%보다 0.01%포인트가 작다.
하지만 이노션과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3년 1376억원에서 2017년 2407억원으로 75% 급증했다.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곧 4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5년 이후 50%를 넘어섰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 주식을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핵심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노션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위원장 김상조)는 25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을 점검하기 위해 2014~2017년 4년간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의 내부거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15.7%에서 규제 첫해인 2014년 11.4%로 낮아졌으나,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2017년에는 14.1%까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내부거래 금액도 2014년 7조9천억원에서 2017년 14조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또 총수일가 지분이 20~30% 미만이어서 규제대상이 아닌 ‘사각지대 회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20.5%에서 2017년 21.5%로 더 올랐고, 규제대상 회사보다도 비중이 높았다. 특히 이노션처럼 총수일가 지분을 낮춰 규제대상에서 빠진 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9.5%(2014년)에서 26.6%(2017년)로 떨어졌지만, 절대치는 규제대상 회사의 두배에 육박했다. 이어 규제대상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2017년 15.1%로, 규제대상 회사보다 높았다.
또 2016년 4월~2017년 4월 사이 이사회 산하 내부거래위원회에 상정된 208개 안건이 100%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도입 당시 상장사는 비상장사에 비해 내부거래 감시장치가 더 잘 작동할 것으로 보고 상장사-비상장사 간 규제기준에 차이를 둔 게 명분을 잃게 됐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차이를 두고 있다.
공정위는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내부거래를 일부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제도 도입 당시 상장사는 비상장사에 대해 규제범위를 차등화하고, 총수일가의 직접지분이 없는 자회사 등은 규제에서 제외했으나, 규제의 실효성·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와 관련해 상장사의 규제기준인 총수일가 지분을 현행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총수일가 지분율을 산정할 때도 직접지분뿐만 아니라 간접지분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적용대상 확대를 대선공약으로 약속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며, 가을 정기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법이 개정되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지난해 기준 207개에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미만인 상장사는 현대글로비스·이노션·에스케이디앤디 등 24개이고, 규제대상 회사의 지분이 50%를 초과하는 자회사는 삼성웰스토리·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 등 214개에 달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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