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 ‘감독의무 소홀’ 반대
뇌물 사건 민감한 외국인 주주 반대표 추정
이재용 부회장 내년 10월 등기이사 재선임 주목
뇌물 사건 민감한 외국인 주주 반대표 추정
이재용 부회장 내년 10월 등기이사 재선임 주목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상훈(63)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 찬성률이 61.6%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가 큰 요인이었다.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연임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윤소하 의원(정의당)을 통해 받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전자 주총 투표 관련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삼성전자 주총 안건(2-2-1호) 중 이상훈 전 경영지원실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지분을 9.58% 보유한 국민연금은 반대투표를 한 이유로 “이상훈 후보가 과거 사내이사 및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선관주의 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2009~2016년 등기이사, 2012~2017년 경영지원실장을 지냈던 이 의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지원실장에서 물러난 뒤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돼, 올해 3월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총의 다른 안건 10건은 모두 찬성했다. 이 의장 선임 이외 안건의 찬성률은 99.0~99.5%에 이른다. 국민연금 외에 삼성전자 주식을 1만여주 보유한 제이피모간자산운용코리아도 반대 의견을 냈다. 제이피모간은 “(이 후보가) 전임 경영지원실장으로 과거 의사결정 활동이 주주 이익에 긍정적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 의장 선임에 반대 의견이 40% 가까이 나온 것은 외국인 주주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이왕겸 이사는 “외국인 주주가 국내 주주보다 뇌물 등 이슈에 훨씬 엄격한 편”이라며 “사건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당시 주요 역할을 했다는 것 자체로 반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53%에 이른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연임도 안심할 수 없어 보인다. 2016년 처음 등기이사가 된 이 부회장은 내년 10월 이사 임기가 끝난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대법원 판결 등 변수가 있지만 이 부회장이 제대로 된 지배구조 변화 등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 한, 연임이 상당한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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