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6년 2월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하던 삼성물산 주식 3천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해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의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공익재단을 편법승계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자산 5조원 이상 재벌 57곳 가운데 51곳이 보유 중인 165개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조사해보니, 고유의 사회공헌사업 목적보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2016년 기준 총수(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총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로 참여하는 비중이 83.6%(138개)에 달했다. 총수,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장 또는 대표인 경우도 59.4%(98개)나 됐다.
특히 보유 자산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1.8%에 이르러, 전체 공익법인 주식 비중(5.5%)의 4배에 달했다. 보유 주식의 74.1%(전체 자산 대비 16.2%)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반면 전체 수입 8조8278억원 중에서 계열사 주식의 배당금 수입은 932억원으로 1.06%에 불과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은 66개(40%)로, 모두 119개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 계열사 중 57개사(47.9%)는 총수 2세도 지분을 함께 보유한 ‘총수 2세 회사’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119개 계열사 주식 가운데 112개(94.1%)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가 면제됐다.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100% 찬성했다.
공정위는 “재벌 소속 공익법인은 총수 일가가 상속·증여세 면제 등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지배하고 있으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와 2세 출자 회사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그러나 계열사 주식이 공익법인의 수익원으로서 기여하는 역할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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