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엘지유플러스가 ‘넷플릭스 3개월 무제한 이용 이벤트’를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엘지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IPTV 제휴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엘지유플러스 블로그 갈무리.
2016년 1월 미국의 온라인 유료 동영상 사업자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방침을 밝히자, 국내 방송·통신 업계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세계 130개국에 1억명 넘는 가입자를 둔 ‘글로벌 공룡’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반 가량 지난 지금, 넷플릭스는 아직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 수를 20만~3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엘지유플러스(LGU+)가 넷플릭스와 제휴에 나서면서 다시 방송·통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찻잔 속 태풍’에 머물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사업자 대다수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꺼렸기 때문이다. 2년 전 넷플릭스는 엘지유플러스를 포함해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등 이동통신 3사와 지상파 3사, 씨제이이앤엠(CJ E&M) 같은 콘텐츠 사업자 등에 제휴를 제안했다. 하지만 모두 넷플릭스의 수익 배분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꺼렸다.
이른바 엘지유플러스의 ‘변심’에 다른 사업자들이 곱잖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상파 3사가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성명을 내어 “국내 미디어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등 다른 이동통신·아이피티브이(IPTV) 사업자들이 엘지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를 무산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3일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세부 조율 단계”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손잡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피티브이 사업자들은 그동안 초고속인터넷·집전화·이동통신 등 유·무선 통신과 결합한 상품을 앞세워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을 늘려왔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지난해 유아 전용 콘텐츠 ‘아이들 나라’를 출시했는데,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가 100만을 넘겼다. 아이들 유튜브도 월 이용 횟수가 230만”이라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의 올 1분기 아이피티브이 순증 가입자(신규 가입자에서 해지자를 뺀 수치)는 13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통신 3사 가운데 순증 가입자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 업체는 “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영화 <옥자>, 유재석이 출연하는 예능 <범인은 바로 너> 등 한국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엘지유플러스가 직접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외부 협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엘지유플러스 임원은 “우리가 잘 못하는 분야에 괜히 손대서 시간과 힘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과감하게 외부에서 도입해 우리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이 낫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임원은 이어 “선두 주자는 계속 앞으로 나갈 텐데, 3위인 우리가 뭐 잃을 게 있어서 개방을 안하겠냐”고 덧붙였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가 풀리면서 이통사들이 케이블 사업자 인수와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한지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올해 1월 자체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지난해보다 3배 늘린다고 발표했다. 엘지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일정기간 독점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르면 하반기에는 엘지유플러스의 아이피티브이 리모컨에 빨간 넷플릭스 버튼이 달릴 가능성이 높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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