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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오해 부른 ‘매일경제’ 기사에 주가 롤러코스터…뒷말 무성

등록 2018-07-04 16:16수정 2018-07-05 09:29

SKC코오롱PI 주가, 3일 개장과 더불어 10%가량 폭락
기사에서 ‘일반 PI 필름’과 ‘투명 PI 필름’ 혼용해 소개
투자자들 혼란…애널리스트 보고서 내어 “시장의 오해”
SKC와 코오롱은 2008년 첨단소재인 PI(폴리이미드) 생산부문을 합쳐 SKC코오롱PI㈜를 출범시켰다. 지난 3일 이 회사 주가는 오보성 기사로 인해 폭락했다가 회복돼 시장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그림은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소개도.
SKC와 코오롱은 2008년 첨단소재인 PI(폴리이미드) 생산부문을 합쳐 SKC코오롱PI㈜를 출범시켰다. 지난 3일 이 회사 주가는 오보성 기사로 인해 폭락했다가 회복돼 시장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그림은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소개도.
‘오해가 풀렸다면 화해를…’

하나금융투자가 4일 낸 증권가 보고서 제목이다. ‘수익률’, ‘상회’, ‘최저치’ 등 숫자 관련이나 ‘기회’, ‘매수’, ‘실적’ 등 투자 관련 용어들 대신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 쓸법한 일상 단어들이 증권사 보고서에 등장한 이유는 뭘까?

보고서는 언론 오보(?) 때문에 주가가 출렁이는 안타까운 기업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SKC와 코오롱이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부문을 떼어내 합작해 출범시킨 SKC코오롱PI㈜다. PI 필름은 영하 273℃~영상 400℃에서도 변하지 않고 내열성·전기절연성·유연성·불연성 등 특징을 가진 첨단 소재로, 19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 때 우주복 소재로 사용돼 유명하다. 최근엔 접어지는(폴더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패널 소재로 부각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현수 애널리스트는 이 보고서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패널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최상단부터 ‘커버 윈도우’-‘TFT 기판’-‘베이스 필름’ 3단계 구조로 돼 있다며 “아래 두개층은 기존 PI 제품이 그대로 사용돼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SKC코오롱PI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장이고, (가장 위에 있어 표면이 노출되는) ‘커버 윈도우’는 일반적 PI 필름이 아니라 ‘투명 PI 필름’으로 국내에서는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관련 기술을 개발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6년부터 900억원을 들여 올해 상반기 투명 PI 필름 양산 체제를 갖췄고, SKC도 지난달 800억원을 들여 투명 PI 필름 공장을 짓겠다며 착공식을 열었다.

<매일경제> 3일치 기사. SKC코오롱PI가 스미토모와 경쟁에서 패한 것처럼 서술했지만, 스미토모는 스마트폰 액정에 해당하는 폴더블폰 ‘커버 윈도우’ 납품 후보이고, SKC코오롱PI는 ‘커버 윈도우’와는 무관하고 그 아래 층에 들어가는 방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매일경제> 3일치 기사. SKC코오롱PI가 스미토모와 경쟁에서 패한 것처럼 서술했지만, 스미토모는 스마트폰 액정에 해당하는 폴더블폰 ‘커버 윈도우’ 납품 후보이고, SKC코오롱PI는 ‘커버 윈도우’와는 무관하고 그 아래 층에 들어가는 방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김 애널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더블 스마트폰 투명 PI 필름 공급사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SKC코오롱PI의 주가가 매번 출렁이고 있다. 어제 역시 (일본 업체인) 스미토모가 투명 PI 필름 공급사로 채택됐다는 소식에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요약하면, 투명 PI 필름은 SKC코오롱PI와 무관한데도, 투명 PI 필름 공급사 선정 뉴스가 SKC코오롱PI 주가를 출렁이게 한다는 얘기다.

김 애널리스트가 “시장의 오해”라고 지칭한 이 사안은, <매일경제>가 2일 저녁 노출된 3일치(가판)에 실린 ‘공유경제 강조하더니…SK의 두얼굴’ 기사에서 시작됐다. 매경은 이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일본 스미토모의 기술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SK와 코오롱이 합자회사까지 설립해 일본 기술 추격에 나섰지만 핵심 기술 공유에 실패했기 때문”, “(SKC와 코오롱) 양사는 주요 기술을 끝까지 공유하지 못해 계약수주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대로, SKC코오롱PI가 ‘커버 윈도우’(투명 PI 필름) 납품 경쟁에서 일본 업체에 패배한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매경은 이튿날 아침 시내판에서는 제목을 ‘일 스미토모가 삼성 폴도블폰 핵심소재 납품’으로 바꿨지만, “(SKC와 코오롱이) 합자회사를 만들어 힘을 모았지만, 양사는 주요기술을 끝까지 공유하지 못해 계약 수주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두 회사의 기술공유 부족으로 일본 업체에 밀렸다는 논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시장의 후폭풍은 거셌다. 전날 5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던 SKC코오롱PI 주가는 3일 개장과 함께 4만6000원 수준까지 폭락했다. 포털 주식토론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개미한테 극도의 공포심을 심어준다’, ‘그래도 토론게시판 덕분에 (살았네)’ 등 수십개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반 PI 필름과 투명 PI 필름의 기술적 용도가 어떻게 다른지 강의체로 설명한 글이 인기를 끌었다. 폭락했던 주가가 금세 회복되긴 했지만,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속성이 떨어지는 개미들이 주로 손해를 봤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 한 관계자는 “대북 경협주 이후에는 폴더블 폰이 기대주라는 얘기가 많았고, 그때마다 SKC코오롱PI가 언급됐다. 그만큼 관심을 끄는 주식이었(기에 논란이 컸)던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SKC코오롱PI㈜ 관련 주식 토론방.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한 기사라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네이버의 SKC코오롱PI㈜ 관련 주식 토론방.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한 기사라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투명 PI 필름을 놓고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상대가 SKC코오롱PI가 아니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임이 명확해지자, 이번엔 두 회사 주가가 요동쳤다. 특히 공장까지 완공해 양산체제를 갖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주가가 급작스럽게 10% 넘게 빠졌고,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도 지정됐다. 회사 쪽은 ‘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 필름 문제없다!’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현재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중인 회사들에 커버 윈도우용 투명 PI 필름 납품을 위한 테스트제품 공급을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제 막 공장을 짓기 시작한 SKC도 3%가량 주가가 빠졌다.

<매일경제>의 오보성 기사가 세 회사의 주가에 크게 영향을 끼친 셈인데, 업계에서는 보도 배경을 두고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명 PI 필름 공급업체로 일본 스미토모를 선정했다는 소식은 지난 6월 초 <전자신문>에 이미 보도됐었고, 투명 PI 필름은 합작사인 SKC코오롱PI와 관련이 없는데도 두 회사의 합작(공유) 부족이 문제인 것처럼 서술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다, 그마저도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서술해 ‘왜 이런 기사를 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급사에 관해서는 아무런 내용도 밝힐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작성한 이동인 기자는 이 사안과 관련된 물음에 “기술의 복잡성 때문에 오해 소지는 있지만 오보는 아니다. 오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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