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곳중 안연구소만 흑자 늘어…CEO 잇단 교체
소규모 벤처업체들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시장수요 밝아…“국가정보화 관련 지원 필요” ‘해커잡는 해커’ 회사로 잘 알려진 해커스랩이 경영악화 끝에 최근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등 국내 보안업체들의 경영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안산업이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보안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위기에 빠진 업계=지난해 3분기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9개 보안업체 중 매출액이 증가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단 1곳이다. 5곳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선두주자인 안철수연구소가 최근 지난해 순이익 100억원을 넘었다며 일찌감치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실적 공개를 꺼리는 상황이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업체들의 ‘사령탑’도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인 시큐아이닷컴과 에스케이 계열의 인포섹은 지난 1일자로 사장을 교체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장 악화와 출혈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그룹 쪽으로부터 경영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큐아이닷컴은 지난해 목표 매출액 미달 및 코스닥 등록 연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래산업 자회사였던 소프트포럼도 최근 사장을 교체했다. ■ 다시 일어설 수 있나?=보안업체들은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20여개 회사가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기업 등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앞다퉈 단가를 낮춘 것이다. 수익성이 나빠져 기술 투자 여력도 고갈된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10개 팔아서 100억 만들었으면 지난해에는 30개 이상 팔아야 100억원을 벌 정도로 경쟁이 극심했다”고 털어놨다. 또 주된 수요자인 공공기관이 보안예산을 삭감하는데다, 기술력 있는 외국업체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는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안업체가 대부분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다보니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 안에 몇개 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안시장 자체는 낙관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보안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실제로 웹보안이나 네트워크 보안 쪽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보보호산업은 국가정보화와 관련된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상비군의 개념”이라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술개발 여력이 부족해 고사위기에 놓여있는 만큼, 정보화 기간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보안기술 개발연구에 지원해줄 것을 정부 쪽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소규모 벤처업체들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시장수요 밝아…“국가정보화 관련 지원 필요” ‘해커잡는 해커’ 회사로 잘 알려진 해커스랩이 경영악화 끝에 최근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등 국내 보안업체들의 경영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안산업이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보안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위기에 빠진 업계=지난해 3분기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9개 보안업체 중 매출액이 증가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단 1곳이다. 5곳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선두주자인 안철수연구소가 최근 지난해 순이익 100억원을 넘었다며 일찌감치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실적 공개를 꺼리는 상황이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업체들의 ‘사령탑’도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인 시큐아이닷컴과 에스케이 계열의 인포섹은 지난 1일자로 사장을 교체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장 악화와 출혈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그룹 쪽으로부터 경영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큐아이닷컴은 지난해 목표 매출액 미달 및 코스닥 등록 연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래산업 자회사였던 소프트포럼도 최근 사장을 교체했다. ■ 다시 일어설 수 있나?=보안업체들은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20여개 회사가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기업 등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앞다퉈 단가를 낮춘 것이다. 수익성이 나빠져 기술 투자 여력도 고갈된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10개 팔아서 100억 만들었으면 지난해에는 30개 이상 팔아야 100억원을 벌 정도로 경쟁이 극심했다”고 털어놨다. 또 주된 수요자인 공공기관이 보안예산을 삭감하는데다, 기술력 있는 외국업체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는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안업체가 대부분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다보니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 안에 몇개 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안시장 자체는 낙관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보안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실제로 웹보안이나 네트워크 보안 쪽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보보호산업은 국가정보화와 관련된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상비군의 개념”이라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술개발 여력이 부족해 고사위기에 놓여있는 만큼, 정보화 기간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보안기술 개발연구에 지원해줄 것을 정부 쪽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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