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임시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총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거취 논란이 불거졌던 송영중 부회장을 해임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용역수입 35억원을 비밀 장부로 관리하며 세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총이 ‘회계부정’에 이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5일 <한겨레>가 경총과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회계자료 등을 보면, 경총은 2010~2017년 총회에 보고하지 않고 별도 관리해온 용역사업 수입 35억원에 대해 국세청에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협력사, 엘지유플러스(LGU+) 협력사 등에서 단체교섭 위임 비용으로 20억원을 받았고, 나머지 15억원은 통상임금 대책과 관련해 받았다”며 “특별회비 명목으로 받았고, 이를 기부금으로 간주해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총은 규모가 작은 기업의 노사교섭을 대신 해주고 대가를 받는 교섭위임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경총이 35억원을 공식 장부가 아닌 비밀 장부로 관리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경총이 작성한 ‘2017년 회계현황’ 자료를 보면, 경총은 일반회계, 경제단체협의회 회계, 안전보건 회계 등 3개의 공식 회계를 갖고 있고, 어디에도 보고하지 않는 제4의 비밀 회계인 ‘협력사 회계’가 있었다. 공식 회계는 모두 총회에 보고하지만, 협력사 회계는 한차례도 보고된 적이 없다. 지난해 이 비밀 장부로 관리된 금액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등이 낸 교섭위임 비용 3억9천만원이다. 경총 1년 예산의 4%에 이르는 금액이다. 경총은 2010~2017년 교섭위임 비용 등 35억원을 이 비밀 장부로 관리해왔다고 밝혔는데, 실제 관리해온 규모가 얼마인지는 더 조사가 필요하다.
탈세 의혹과 관련해 경총은 “비영리법인이 받는 회비는 세금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35억원의 돈이 교섭위임 대가 등으로 받은 ‘특별회비’인 만큼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전혀 다르게 말한다. 경총이 협력사로부터 받은 교섭위임 비용은 명백한 ‘사업수익’이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경총 내부적으로 교섭위임 사업 비용을 ‘특별회비’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사업에 대한 대가 관계가 분명한 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세청 질의회신 자료(법인 46012-3667)에도 “비영리법인이 회원으로부터 받는 회비가 용역 제공 등과 관련한 대가일 경우 수익사업으로 생긴 소득으로 본다”고 적시돼 있다. 경총은 지난 3일 임시총회 ‘회계 관련 특별보고’에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등으로부터 받은 돈 20억원을 ‘용역수입사업 수입’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만약 세금 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경총은 가산세 등을 포함해 최대 원금의 1.5배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 수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비용 등을 빼야겠지만, 세금 포탈액이 35억원이면 가산세를 포함해 최대 150% 정도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약 50억원에 달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3일 “어디서 (회계 처리 문제를) 조사해도 자신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길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은 “조만간 경총의 회계 부정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회계 부정에 해당한다면 민법에 의거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총은 이날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불투명한 회계 관행을 고치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감사팀을 구성해 그동안의 회계 처리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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