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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종부세도 재정특위 권고안보다 후퇴…세수효과 7400억 그쳐

등록 2018-07-06 20:24수정 2018-07-08 14:26

정부 종부세 개편 방안 확정

공정시장가액비율 최대 90%
재정특위 100%안에서 후퇴
6억초과 3주택자 0.3%p 추가과세
대기업 사업용 땅 세율도 ‘제자리’
“부동산 통한 경기부양 미련” 지적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안을 하루 만에 뒤집었던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도 원안보다 후퇴한 내용으로 발표했다. 1만명 남짓한 3주택자 이상에 대한 추가 과세안이 나왔지만, 대기업 보유가 많은 사업용 토지의 세율을 올리지 않기로 했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대비 실제 세금을 매기는 비율) 목표치도 애초보다 후퇴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수효과도 특위 권고안보다 3500억원가량 줄었다.

정부안 세수효과 7400억원대 6일 기획재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소득이 아닌 자산 과세라는 특성과 부동산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점진적 개편에 나서는 한편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생산활동 관련 세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80%에서 내년에 85%, 2020년에 90%까지 올리기로 했다. 애초 특위는 이를 100%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분 세율은 과세표준 6억원 이하는 현행 세율을 유지하고 6억원 초과는 0.1~0.5%포인트 올리되, 3주택 이상자는 0.3%포인트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추가 과세와 과표 6억~12억원 구간 0.05%포인트 추가 인상이 권고안과 달라진 점이다. 또 종합합산토지 세율은 0.25~1%포인트 올리는 한편, 특위 권고에서 별도합산토지분 세율 0.2%포인트 인상안(전 구간)은 ‘현행 유지’로 정하면서 원점으로 되돌려놨다.

기재부가 개편안에 따른 종부세 부담 사례를 계산한 결과를 보면, 시가 17억1천만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3주택자는 각각 내년에 종부세 부담(농어촌특별세 포함) 5만원과 9만원 늘어난다. 또 23억6천만원 주택 보유자의 경우엔 1주택자 28만원, 3주택자는 173만원 증가한다. 만일 시가 14억3천만원짜리 주택 3채를 가진 경우엔 종부세 부담이 781만원 늘어난다. 이는 특위 권고안에 견줘 세부담이 434만원 더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과세 강화 방안에 영향을 받는 규모는 1만1천명 남짓이다.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시가 합계가 19억원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런 분들은 투기적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과세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으로 세율 인상에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2만6천명(2016년 결정 기준)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 중 91%(전체 27만4천명 중 24만8천명)가 제외되는 셈이다. 1주택자 기준으로는 시가 약 23억원 주택을 보유한 이들도 세율이 오르지 않는다. 종부세는 애초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세부담이 어느 정도 오르는 이들의 규모는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부동산 부양 미련 못 버렸나” 기재부는 이번 개편에 따른 연간 세수효과를 742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 따른 최대치 1조881억원보다 3459억원 감소한 규모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2016년 총세액이 1조5천억원 수준인데 제도 개편만으로 7천억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부세에 대한 대대적 감세가 이루어지기 전인 2007년 종부세액이 2조767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개편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해당 기간에 부동산 자산 가치가 70% 이상 상승한 것을 고려할 경우, 그 차이는 더 커진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애초 특위가 권고한 내용에 따른 세수효과 1조원도 국내총생산(GDP)의 0.05%가량밖에 되지 않는 것인데 이보다 더 축소됐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더 확대할 것이란 이야기를 하면서 추가 세수확보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만에 나온 종부세 개편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종부세의 애초 목적은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하려는 행위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인데, 이 정도 수준으로 그런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부의 창출과 양극화를 막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추가 과세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재정개혁특위의 한 위원은 “특위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과세가 너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소폭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었는데, 너무 쉽게 정부가 뒤집어버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별도합산토지 가운데 상가·빌딩·공장 비중이 88.4%였다. 세율 인상 때 임대료 전가와 원가 상승 등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허승 정은주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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