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장 교수는 개혁적 시민단체의 재벌개혁 주장에 반대하며, 재벌과 타협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장하준 교수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국민연금 등 공공성을 가진 대규모 투자자들이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주요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똑같은 돈을 가지고 노동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사회주의이고, 자본가가 행사하면 자본주의냐”고 꼬집었다. 이어 “독일이나 스웨덴과 같이 주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와 지역사회 대표를 이사로 참여시켜, 기업 경영에서 단기투자 주주보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 자본시장 개방과 자유화, 산업정책의 폐기 때문에 한국기업과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며 “국민소득 대비 투자율이 35%에서 30% 선으로 떨어지고, 특히 설비투자 비율이 14~16%에서 7~8%로 반 토막이 났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투자부진 원인과 관련해 “자본시장 개방과 자유화로 인해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져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금융·기업·산업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상장 대기업 경영에서 단기 주주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장기 주주들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중의결권제도는 주식을 1년 이하 보유한 주주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주고, 2년까지는 2표, 3년까지는 5표, 5년까지는 10표를 주는 방식으로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는 제도다. 장 교수는 그러나 대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장치로 요구하는 포이즌 필, 황금주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고, 차등의결권은 도입이 너무 늦었다며 반대했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는 선진국이 우위를 점하는 제약·기계·부품소재 산업의 장벽은 뚫지 못하고, 생명공약·나노기술·인공지능·대체에너지 등 신산업분야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조선·철강·자동차·휴대전화에서 중국의 위협이 심각하고, 반도체도 중국이 엄청난 투자를 하는 등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아 큰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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