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셋째)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근로장려금(EITC) 대상과 지원액을 종전보다 두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한편,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기로 했다. 당정이 노인과 근로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내놨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의 시행 시기만 앞당긴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기업·소상공인 지원책은 다음달로 발표를 미뤄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과 정부는 17일 국회에서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 당정협의를 열어, 이런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정부에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우선 당정은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는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애초 소득 하위 70%에 주는 기초연금은 2021년에야 3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기초연금 인상 시기를 저소득층에 한해 2년 앞당긴 것이다. 지난 연말에만 해도 국회에서 기초연금 20만원을 25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올해 4월에서 9월로 늦춘 바 있어, 당정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올해 1분기(1~3월)에 소득이 감소한 하위 20% 가구주의 43.2%가 70대 이상 노인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들은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쉬운 처지다.
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종전보다 더 완화하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경우 3년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약 7만명이 추가로 생계급여 지원을 받게 된다. 애초 계획은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만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했었다.
당정은 근로장려금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 근로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지급 규모와 대상, 주기가 제한적이라 저소득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2017년 기준 근로장려금을 157만명이 받았는데 지급액은 연평균 73만원에 그쳤다. 이는 미국(가구당 298만원)·영국(1131만원) 등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내일(18일) 대통령 보고 뒤에 정부에서 발표할 예정이어서 세부적인 수치를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근로장려금 지원 대상 등을 현재보다 두배 정도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지급 시기를 조정함에 따라 필요한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 세수 여건에 따른 재정 확대로 확충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예산 규모 등은 내년 예산안이 편성되는 9월초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정은 일자리 창출 여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수조원 규모 재정을 보강하기로 했다. 주거 및 신성장 분야, 위기업종·취약계층 지원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정은 영세 자영업자 지원 방안에 대해선 아직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당정은 “영세 자영업자 지원 방안은 일자리안정자금 운영 방안 등 최저임금 대책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16.4% 인상을 결정한 뒤 정부가 이틀 만에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지원 등을 담은 최저임금 보완대책을 발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1년간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다른 비용·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는 “최근 임시·일용직 감소나 영세 자영업자 폐업 등은 구조적인 문제인 데 반해 정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 등 단기적 해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자동화로 비숙련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현 상황에 걸맞은 장기적,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김규남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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