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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과로를 벗어나 ‘공부하는 회사’로 경쟁력 찾는다

등록 2018-07-22 17:06수정 2018-07-22 17:13

‘평생학습 서울선언’ 오늘 발표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사람이 평생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습니다…우리는 평생학습의 새로운 국제표준(ISO 88000)이 제정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서울대회’의 ‘직장 내 평생학습’ 특별 세션에서 한국·미국·일본·중국·독일·캐나다 등 6개국의 학자와 기업인들이 공동으로 ‘평생학습 서울선언’을 발표한다. 2010년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ISO 26000)이 만들어진 것처럼 평생학습에 관한 국제표준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우리나라에선 문국현 한솔섬유 사장(전 유한킴벌리 대표),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조동성 인천대학교 총장 등이 앞장섰다. 외국에서는 릭 워츠맨 미국 드러커연구소 전 소장, 독일 보쉬 한국법인의 프랭크 샤퍼스 대표, 밍글로 샤오 중국 브라이트차이나그룹 회장, 어닐 버마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국제노동고용학회 서울대회 모인
한미일 등 6개국 학자·기업인들
오늘 ‘평생학습 국제표준’ 첫 제안
“4차 산업혁명시대 공부는 필수”

평생학습 서울선언의 한국 쪽 대표 격인 문국현 사장은 “국제표준 추진을 위해 먼저 6개국 중심의 협의 기구를 만들어 기업의 모범사례를 개발하고 공유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67년 창립된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는 학자, 정책 전문가, 노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제노동기구(ILO)의 자매기관이다. 노사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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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평생학습 국제표준 제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평생학습은 학교 교육을 끝낸 이후에도 평생에 걸쳐 자신의 직장이나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지식·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윈윈 전략’으로 진즉부터 주목받아 왔다. 독일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제로 베이스에서 정부 활동과 예산을 재창조하고, 일자리 창출과 학습 관련 예산을 늘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130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적고, 고용률이 76%(올해 1월 기준)로 한국보다 10%포인트나 높으며, 세계 4위 경제 대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평생학습을 통한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 향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국현 대표는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12년 동안 독일이 6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과 비슷했던 고용률이 12%포인트나 뛰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제성장, 개인 경쟁력 덕
슈마허툴스는 매일 유급 교육훈련
유한킴벌리, 4조2교대로 기회 찾아

“노동시간 단축과 평생학습 연계땐
개인·기업·국가 모두 윈윈 가능”

독일 경제의 주역으로 꼽히는 ‘히든 챔피언’(강소기업) 중에는 직장 내 평생학습을 통해 노사가 윈윈한 사례가 적지 많다.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서울대회의 조직위원장인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절삭 공구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슈마허툴스는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디지털 공정의 작업 지식을 습득시키기 위한 교육을 거의 매일 하는데, 전체 근로시간 중에서 유급 교육훈련이 5%를 차지한다. 평생학습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독일 금속노조가 제시한 수준보다 항상 5%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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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에 시달려온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건비 증가 등 경영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2020년까지 최대 33만6천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고용 감소를 막으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원 박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평생학습과 연계하면 개인 능력의 개발과 기업 경쟁력의 향상을 같이 이룰 수 있어, 기업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지고, 국가적으로도 경제 발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개인·기업·국가 3자가 모두 윈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학습을 통한 성공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생활용품 생산업체인 유한킴벌리는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 3천명 중 절반을 해고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문국현 대표는 “사람을 해고하는 대신 낡은 기계와 생산라인을 없애고, 교대 조 운용을 4조2교대로 바꾼 뒤 여유 시간을 활용해 직원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동종업계 최고의 생산성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으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장원 박사는 “평생학습을 통해 사람의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정순돌 이화여대 교수팀이 쓴 ‘연령 통합적 관점에서 본 경제협력개발기구 각국의 교육체계 비교’ 논문에 따르면, 한국 성인(25살 이상~65살 미만)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조사 대상 18개국 중에서 12위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분배와 성장이 분리된 게 아니라 경제민주화가 진정한 성장정책”이라면서 “고령화 때문에,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문국현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에 위기라고 하지만, 평생학습과 결합시키면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평생학습에 기반을 둔 혁신적 기업·경제·국가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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