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3배 이상 확대 발표 뒤
지난해 국회 약속대로라면
일자리 안정자금 축소계획 보고해야
정부 고용위해 3조 유지 가닥
야당 “축소해야” 주장
지난해 국회 약속대로라면
일자리 안정자금 축소계획 보고해야
정부 고용위해 3조 유지 가닥
야당 “축소해야” 주장
정부가 저소득 가구에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 지급 규모를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영세 사업주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장려금이 대폭 확대되는 만큼 이와 연계해 일자리안정자금은 축소해야 한다는 게 야당 쪽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전문가들은 두 제도의 성격이 달라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규모를 현재 지원 수준보다 더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올해 지원 수준인 약 3조원 규모로 내년에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3조원 정도 수준은 지키면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를 확정적으로 밝히는 데는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때 ‘2018년 7월까지 일자리안정자금 제도를 근로장려금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추진 계획을 보고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합의 문구가 모호한 측면이 있어 국회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7월까지 대략적인 방향 정도만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을 현재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근로장려금 확대만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장려금은 일하는 저소득 가구에 대해 정부가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반면 일자리안정자금은 사업주(소상공인)에게 고용유지 등의 조건으로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해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설계됐다. 근로장려금을 확대하면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보전되지만 사업주 입장에선 돌아올 혜택이 없다. 당장 일자리안정자금이 축소되면 그만큼 고용을 유지할 유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국회 예산안 부대 의견에서 두 제도의 연계가 언급된 것은 최저임금과 근로장려금 정책 목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장려금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 능력과 최저임금 인상이 조화되면 일자리안정자금도 줄여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근로장려금 확대로 저임금 가구의 소득이 높아지는 것에 연동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조절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안정자금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세자영업자 대책에 대한 요구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거세진 상황이라는 점도 일자리안정자금 축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일자리안정자금 이외에 카드수수료 인하,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 연장 등 다른 정책 대안들도 발표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영세자영업·소상공인 처지에선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비용 부담은 완화되지 않은 채 최저임금 인상 부담만 늘어난 셈이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자리안정자금과 관련해 기업 생산성에 맞지 않는 높은 임금을 정부 재정으로 메워준다거나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등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한계가 있는 정책이지만 축소될 경우 당장 생산성이 낮은 사업체에서 고용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예산 규모를 유지하거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추가로 지원을 늘리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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