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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생명은 건졌지만…나무·지붕서 구조 기다리는 라오스 주민 3000여명

등록 2018-07-26 10:08수정 2018-07-26 11:09

SK건설, 라오스댐 침하 나흘 전 발견
물폭탄 탓 복구 실패로 대형사고
최소 26명 숨지고 131명 실종
문 대통령, 긴급 구호인력 파견 지시
24일 라오스 아타푸주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붕괴로 홍수가 발생한 사남사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구조 보트를 타고 안전한 곳에 도착한 뒤 흙탕물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다. 사남사이/로이터 연합뉴스
24일 라오스 아타푸주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붕괴로 홍수가 발생한 사남사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구조 보트를 타고 안전한 곳에 도착한 뒤 흙탕물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다. 사남사이/로이터 연합뉴스
수백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붕괴 사고는 시공사인 에스케이(SK)건설이 사고 나흘 전인 20일 댐 중앙부의 작은 침하를 발견했지만 집중호우로 인해 복구작업에 실패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는 25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로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31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종자와 사망자 모두 라오스 국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구호인력 파견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25일 에스케이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건설은 지난 20일 댐 중앙부에서 약 11㎝ 크기의 침하를 발견했고 22일 밤 9시(현지시각)에는 댐 상단부가 유실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가 생긴 보조댐은 토사를 채워 만든 흙댐(어스필 댐·earth-fill dam)으로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가두고 수위를 유지하도록 돼 있는데, 이 댐의 위쪽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에스케이건설은 22일 밤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보조댐 유실 구간에 대한 야간 복구작업에 돌입했으나, 호우로 댐 접근 도로가 대부분 끊긴데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복구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3일 새벽 3시께 본댐의 비상 방류관을 통해 긴급 방류를 해 보조댐 수위를 낮추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댐 수위가 내려가지 않았고 23일 저녁 6시께 보조댐 상부 추가 유실과 범람이 시작됐으며, 24일 오전 9시30분 하류 12개 마을 중 7개 마을이 물폭탄을 맞고 침수되기에 이르렀다.

유실 발견부터 침수까지
20일 댐 침하·22일 상단 유실 발견
야간복구 나섰지만 폭우로 손 못써
23일 긴급 방류에도 24일 끝내 침수

피해 확산…구조·복구 난항
통신 안좋아 구조상황·집계 혼선
주민들 나무·지붕서 애타는 호소
SK그룹, 구호단 20여명 긴급 파견

에스케이건설은 사고 발생 직후 댐이 붕괴됐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댐에 일부 균열이 생기고 상부 일부가 쓸려 내려갔지만 붕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으나, 이후엔 태도가 바뀌는 분위기다. 에스케이건설 관계자는 “댐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폭 730m 규모인 해당 흙댐의 200m 구간 상부가 쓸려 내려가 사실상 붕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집중호우 외에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가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시공사 책임 여부에 따라서는 에스케이건설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은 2012년 에스케이건설과 한국서부발전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공정률 92.5%로 내년 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공을 맡은 에스케이건설이 내년 2월 발전소를 준공하면 서부발전이 27년간 발전 운영을 맡기로 돼 있다. 발전용량 410㎿ 규모의 본댐 2개와 보조댐 5개로 이뤄져 있으며, 이번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은 5개 보조댐 가운데 하나다.

침수지역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인명구조와 복구작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피해 지역의 분홈 폼마사네 주지사는 “전날까지 2851명이 무사히 구조됐지만, 여전히 3천명 넘는 주민이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며 “생존자 구조가 완료될 때까지 숫자를 공식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라오스 정부는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댐 붕괴 뒤 수위가 급상승한 곳을 중심으로 수송보트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주민들을 아타푸주와 인근 참파사크주로 대피시키고 있다. 도로가 거의 다 휩쓸려가 구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고립된 주민들은 나무나 지붕 위로 올라가 구조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현지 <에이비시 라오스> 등은 흙더미에 파묻힌 주택 사이에서 집기와 오토바이 등을 꺼내는 주민들의 모습을 전했다. 구조 당국은 무너진 도로를 정비하는 한편, 이재민들에게 생필품과 식수 등을 보급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이 구조작업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달 초 ‘동굴 소년’ 구조작업 당시 각국 도움을 받았던 타이와 인근 베트남도 구조 전문가를 사고 현장으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라오스 댐 붕괴와 관련해 “긴급 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댐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이 댐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지체 없이 현지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오늘 오전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편 에스케이그룹은 이날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20여명 규모의 긴급 구호단을 26일 라오스 현지에 파견해 수재민 구호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최종훈 이정훈 성연철 김미나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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