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위워크’ 서울역점에서 열린 제3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가 둔화되고 고용이 부진한 점을 감안한 조처다.
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에스오시와 연구개발의 재정투자 우선순위를 좀 올려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에스오시가 지방 일자리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일자리 안정을 고려해 (기존 에스오시 예산 추가 감축 방침을)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에스오시 예산 절대액을 올리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추가로 줄이는 것은 재검토해봐야 한다. 주택이나 스마트시티, 도시재생과 같은 광의의 에스오시 분야의 전체 규모를 다시 봐야 한다”며 “예산 심의 중이고 연초나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때보다는 신경을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특히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경기가 심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오시 투자가 이뤄지면 당장 건설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현 정부가 밝혀온 예산 운용 기조, 즉 복지 예산을 늘리고 에스오시 예산을 줄이겠다고 한 것에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2018년 예산을 짤 때 에스오시 예산을 20%나 감축하고 2021년까지 연평균 7.5% 줄일 계획이었다. 내년 에스오시 예산 요구액도 올해보다 10.8% 감소한 상황이다. 안도걸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은 “2018년 예산을 편성할 때 에스오시 예산을 크게 감축했는데 올해 건설업 경기가 부진해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더 감축할 에스오시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기 상황을 고려해 내년 예산에는 탄력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공공기관이 2022년까지 혁신성장 8대 선도산업에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성장 가속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선도사업의 초기수요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1조4천억원 정도였던 공공기관의 8대 선도사업 관련투자를 2018~2022년에는 연평균 6조원씩으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8대 선도사업은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이다. 공공기관의 혁신성장 투자 사례로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6곳이 2022년까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에너지 신사업에 16조9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스마트 시티 조성과 확산에 1조3천억원을 투자하는 계획 등이 제시됐다.
허승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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