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러 서비스·투자FTA 협상 착수를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철강·자동차·세탁기 등 제조업 공산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신통상정책의 자유무역협정(FTA) 기조가 관광·부동산·물류·게임·의료·정보기술(IT) 등 서비스·투자 확대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는 정체중인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가 날로 급증하는데다 서비스수출의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것도 서비스·투자 에프티에이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지난 1일 한-터키 에프티에이 서비스·투자 협정이 본격 발효됐다. 2013년에 상품협정이 발효된 이후 이번에 서비스·투자 분야로 확대됐다. 정부는 “터키 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부동산 건설 및 영화·비디오·공연 등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을 높이는 쪽으로 양국 서비스시장 개방 수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일단 양허표에 기재한 분야만 개방하는 포지티브 자유화 방식을 채택했으나, 향후에 미개방 분야의 목록을 작성하고 나머지 분야를 모두 자유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후속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한-러시아 서비스·투자 에프티에이 협상도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조만간 착수된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32.1%에서 지난해 56.2%로 성장했다. 정부는 “러시아의 운송·해운물류, 의료, 관광, 건설, 정보기술 분야에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3일에는 한-중 에프티에이 서비스·투자 후속 2차협상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우리 협상팀은 관광, 문화, 법률, 의료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시장 진출 기회를 관심분야로 설정하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월 “중국을 제조업국가라고 하지만, 사실 중국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은 40%이고, 서비스가 60%에 이른다”며 “우리는 10여년 전부터 (상품 관세양허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인 에프티에이를 추진하는 통상정책을 추구했다. 이제 전 세계 무역환경이 급변하면서 양자 서비스·투자 개방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 세계 총 52개 국가와 15개의 에프티에이를 맺어 전 세계 시장의 약 77%와 ‘에프티에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중 및 한-터키 에프티에이처럼 우리가 그동안 맺은 자유무역협정은 상품시장 개방에 주력하고, 서비스·투자 시장은 개방도를 낮춰 일단 출범해왔다. 우리나라 서비스 업종 경쟁력이 취약해 상대국 시장을 여는 효과에 못지않게 국내 시장의 문을 개방하는데 대한 업계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비스·투자 교역에 맞춰 신통상정책을 짜는 배경에는 전세계 통상질서가 국내 상품시장 보호를 내건 ‘자국 우선주의’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상품수지 흑자는 2015년 1222억달러, 2016년 1188억달러, 2017년 1198억달러이고, 올 들어 6월까지는 556억달러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상품무역 흑자는 수년째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2015년 149억달러, 2016년 177억달러, 2017년 344억달러로 대폭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159억달러 적자를 기록중이다. 서비스·투자 수출을 늘려야 할 ‘긴급한 필요’가 한눈에 드러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2015년 237억달러, 2016년 299억달러, 2017년 316억달러로 해마다 늘고 있고, 올 들어 6월까지 173억달러에 이른다. 상대국에서 안정적 투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협정체결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투자협정은 일자리 창출 과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동일한 10억달러어치를 수출할 때 일자리 창출효과는 상품부문에서 8.2개인 반면 서비스분야는 21.3개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방문해, 한국인에 대한 의사·회계사·정보기술(IT)전문가 등 별도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쿼터 할당을 요청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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