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는 2017년 7월 197쪽에 걸쳐 촘촘히 정리돼 나왔습니다. 국정과제 안에 ‘신(新)남방정책’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9일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신남방정책을 공식 천명했습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와 협력 수준을 높여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입니다.
아세안과 인도의 잠재력은 한국 경제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북한과 비교적 친한 아세안과 인도가 북한을 다독이면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는 안정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100호 특집을 맞은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신남방정책을 주목했습니다. 아세안과 신남방정책을 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세안은 발전 단계, 인구, 국토, 국내총생산(GDP)이 서로 다른 10개국 모임입니다.
이들 나라 가운데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뽑은 곳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입니다. 아세안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성장률이 높은 나라입니다.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 성장세가 뚜렷하고, 한류 열풍도 뜨거운 곳입니다. 이 세 나라의 첫 글자를 따서 ‘VIP’가 나왔습니다.
‘VIP를 잡아라’는 처음에 ‘이들 신흥시장을 잡아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에게 ‘잡아라’는 ‘마음을 잡아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과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아세안과 인도를 대우해야 우리도 그에 맞는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요? 나라별로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의 얘기입니다. “아세안의 사회·문화·경제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각국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 돼 모든 일을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에서 만난 이우상 포스코대우 마닐라 지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옳았고, 서구에서 옳았다고 여기에서 옳은 것은 아니죠. 폭넓게 이해하고, 유연한 사고방식과 열린 마음으로 비즈니스에 나서야 합니다.”
심재학 필리핀 산토토마스대학 교수(경영학)도 그들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단기 이익만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장기 비전과 전략으로 서로 더 많은 이익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 나라를 우리의 소비자로서, 우리의 외교 파트너로 대접해야 하죠. 결국 우리와 함께 가야 하는 지구촌 국가와 시민으로 그들을 대해야 합니다.”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현지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잡으십시오. 그들 마음을 읽으십시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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