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나는 누이들에게 말하고 있다고 가정하면서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보고서를 작성한다 . 이렇게 상상하면 아주 쉽다 . 내 누이들은 대단히 명석하지만 재무나 회계 분야는 잘 알지 못한다 . 쉽게 쓴 내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문용어가 나오면 어리둥절해질 것이다 . 그래서 나는 누이들이 알고 싶어 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보고서를 쓴다 . 내게는 셰익스피어처럼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 오로지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주고자 하는 진실한 열망만이 필요할 뿐이다 .”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1998년 펴낸 <쉬운 영어 안내서>(A Plain English Handbook) 서문에 쓴 글이다.
그는 비즈니스 글이 어려운 이유를 4가지로 분석했다. 어렵고 복잡한 비즈니스 용어를 첫 번째로 꼽았다. 글 쓰는 사람 스스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양심적이지 못한 이들이 법률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해하기 힘들게 글을 쓴다고도 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잘난 척하기 위해 전문용어를 쓰거나 복잡한 문장구조를 만든다고 했다.
비즈니스 글을 쓸 때마다 되새겨볼 말이다. 핵심은 ‘잘난 척하지 말고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보여주는 글을 써라’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바꾸면, 비즈니스 글쓰기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다.
기획자가 중간간부에게, 기업이 주주에게, 금융사가 고객에게, 시민단체가 회원에게 글을 보낼 때 항상 사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보는 글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이런 경우다. ‘사전 사업성 조사 과정이 문서화 단계에 이르렀다.’ 왜 이런 문장을 쓸까? 어렵게 써야 잘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문장을 쓴다.
비즈니스 글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논리적인 글이 기계적인 글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온기를 살리려면, 내 글을 읽는 사람을 떠올려야 한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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