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여당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상당 부분 폐지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 개정 과정이 남았지만, 실제 이뤄질 경우 검찰과 공정위의 ‘이중 감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검찰의 별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업들은 이게 폐지되면 고발 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21일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중 조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기업에 대해 검찰과 공정위가 모두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양쪽이 경쟁적으로 나서다 보면 기업들의 경제 행위는 아무래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점 때문에 공정위와 검찰은 사건의 종류에 따라 우선 조사하는 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거래 행위에 대한 검찰의 깊숙한 개입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선악 구분이 불분명한 경제 행위에 대해 검찰이 거칠게 접근할 수 있다”며 “경쟁 기업 간에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경제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먼저 조사해 과징금 부과 등 경제적 제재를 우선하고 선별적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런 과정 없이 바로 검찰로 갈 경우 형사처벌 중심의 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별건 수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기업의 홍보 임원은 “검찰 수사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한다”며 “애초 목적한 부분을 정밀 타격하는 수사가 아니라, 기업 전체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갑질 수사가 막히면 별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수사가 번져나가는 것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이득을 보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업들이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출신 변호사를 찾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홍보 임원은 “검찰이 기업 수사에 적극 뛰어들면 그에 대한 방어도 결국 검찰 출신이 하게 된다”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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