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이어 올해 2분기(4~6월)에도 소득하위 20%의 가구소득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의 소득격차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가운데 최근 경기부진이 더해진 것이 주된 요인이다. 당장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빠르게 개선될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과 근로장려금(EITC) 확대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확충은 일러야 오는 9월에나 부분적으로 시행된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에 하위 20% 가구인 소득 1분위의 가계소득(2인 이상 전국 가구, 명목기준)은 월평균 132만4900원으로 1년 전보다 7.6% 줄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51만8천원)과 사업소득(19만4100원)이 각각 15.9%, 2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견줘 상위 20% 가구인 5분위의 가계소득(월평균 913만4900원)은 한해 전보다 10.3% 늘었다. 5분위 가구의 전년동기비 소득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으로 보면, 1분위 가계소득(84만9600원) 감소율은 전년동기비로 0.4%에 그친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소득에서 조세 등의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가구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이를 가구원 단위로 배분한 것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다. 1분기 때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으로 따져보면, 1분위 가계소득의 증감률은 0%였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에 견줘 몇배인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23배로 벌어졌다. 2분기 기준으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지난 1분기에는 5.95배였다. 통상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연중으로 보면 1분기에 격차가 커지고 2분기에는 다소 완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소득격차가 심화된 것은 소득 1분위에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임시·일용직에서 밀려난 무직자가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에 1분위 근로자가구 비중은 한해 전(43.2%)에 견줘 10%포인트 넘게 하락한 32.6%에 그쳤다. 또 평균 취업자 수(0.68명)도 지난해 같은 기간(0.83명)보다 18%나 감소했다. 대신 70대 이상 가구주 비중은 35.5%에서 41.2%로 높아졌다.
반면에 5분위 고소득 가구에선 외려 임금 인상폭이 확대되고 취업자 수가 늘면서 소득이 큰 폭으로 늘었다. 5분위의 경우, 근로소득(661만3600원)과 재산소득(4만5300원)이 각각 12.9%, 40.0% 증가했다. 1분위와 반대로 5분위는 가구당 취업자 수(2.09명)가 한해 전(1.99명)보다 많아졌다. 상용직 노동자 수가 올해 2분기에 한해 전보다 33만5천명 증가한 점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분기 1분위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폭(8%)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근로빈곤층을 위한 근로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고 소득 하위 20%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30만원)을 조기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행 시점이 내년으로 정해져 올해는 관련 정책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저소득 가구를 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제조업, 자영업이 구조조정 과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지 않으면 고통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생활밀착형 공공투자와 복지를 확대해 구조조정 과정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시계열로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지난해 없애기로 했다가 국회 요청으로 되살아나면서 올해 2분기에 새로 들어온 표본 수가 전체의 56.8%에 이른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 추가된 표본가구에 저소득층이 크게 늘어나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표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통계를 근거로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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