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촐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7월 우리나라 총 수출액(518억달러)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103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에 이른다. 2018년 여름,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생산·고용을 이끌어가는 등뼈인 셈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8일 발표한 투자계획에서 ‘반도체 등 국내 130조원 투자’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를 ‘투자에 따른 40만명’과 ‘생산에 따른 30만명’ 등 총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경기도 이천 반도체공장에 향후 3조5천억원 투자로 ‘34만8천명 고용창출’을 제시했다. 하이닉스의 고용창출 효과는 서울대경제연구소가 추산한 것이다.
23일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82개)의 취업계수(비임금 취업자 포함)는 평균 6.6명, 임금 근로자만 따지는 고용계수는 평균 4.7명이다. 취업·고용계수는 각 상품·산업별 최종산출액 10억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새로 창출되는 고용효과인데, 반도체의 취업계수와 고용계수는 둘다 1.4명(2014년)에 그친다. 반도체 수요산업인 컴퓨터·스마트폰·가전 등이 국내생산을 축소하고 국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면서 반도체 내수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반도체의 국내 고용계수도 매우 낮은 편이다. 반도체의 저조한 고용효과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고용쇼크’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각각 추계한 70만명과 35만명은 직접적 고용창출뿐 아니라 반도체 신규투자가 농림수산물·도소매·금융·부동산서비스 등까지 간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모든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까지 포함한 고용·취업 ‘유발’ 계수를 활용해 도출된 숫자다. 예컨대, 하이닉스 이천공장 고용창출 34만8천명은 이 투자로 ‘2019년부터 2026년까지 발생할 매출액 예상치에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의 집적회로(반도체) 취업유발계수(10억원당 5.57명·2009년 기준)를 곱한 효과’, ‘2026년까지 국내 이천공장 건설투자금액에 산업연관표의 비주택건축 취업유발계수(15.4명)을 곱한 효과’, ‘2026년까지 국내 반도체장비 투자금액에 산업연관표의 반도체 제조용 기계 취업유발계수(12.18명)를 곱한 효과’ 등 3가지를 모두 더한 것이다. 삼성은 ‘70만명’에 대한 구체적인 추계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하이닉스와 유사하게 고용유발계수를 이용해 자체 산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직접적인 고용효과뿐 아니라 공장건설과 장비투자에 따른 고용효과까지 넣은 ‘장래 기대’인 셈이다.
반도체 품목의 고용효과가 낮은 이유는 신규투자를 늘려도 국내 생산을 자극하는 효과는 극도로 낮고, 수입은 크게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상품을 총 162개로 소분류한 산업연관표상 생산유발계수(최종 수요가 1단위 증가했을 때 직·간접으로 유발되는 산출액 단위)를 보면, 반도체는 2010년 1.77에서 2014년 1.47로 떨어졌다. 도·소매서비스(13.22·2014년 기준), 전력·신재생에너지(6.14), 도로운송(4.33), 음식점(4.11), 자동차부품(4.07)에 견줘 크게 낮다. 반면 반도체의 수입유발계수는 2014년 1.14다. 원유(9.10), 금속광물(2.54), 석탄(2.19), 목재(1.20) 등 국내 조달이 부족한 몇몇 제품만 1.0을 넘는 편인데, 우리가 세계 1위(2017년 3분기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 74.5%)인 반도체도 큰 수입유발 효과 때문에 국내 고용창출력은 작을 수밖에 없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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