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올해 가계동향 조사를 두고 벌어진 신뢰도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문제를 분석해온 연구자로,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도 통계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해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흔들림없이 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가운데, 청와대가 정책수립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관련 지표 관리에도 적극 나서겠 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소득분배·빈곤정책·사회통합 분야에 정통한 통계 전문가”라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1990년 통계청 독립 이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신 연구자가 통계청장으로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전임 황수경 청장은 13개월 남짓 재직했는데, 전임자들에 견주면 일찍 물러난 편이다. 유경준 전 청장은 약 2년1개월, 박형수 전 청장은 약 2년2개월 간 재직했다.
경제부처 안팎에선 예고없이 이뤄진 이번 인사가 전임 황 청장에 대한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 5월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소득하위 20% 가구인 1분위의 소득이 한 해 전보다 8%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 조사는 지난 23일에도 2분기 결과가 발표된 바 있으며, 역시 1분위의 소득은 7.6% 감소했다.
신뢰도 논란이 불거진 것은 올해 가계동향 조사 표본이 큰 비중으로 교체돼 시계열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애초 가계동향 조사는 고소득가구의 소득이 누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 없애기로 했다가, 분기별 소득통계가 필요하다는 국회 요청에 따라 되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2016년 8700명이던 표본 가구수는 지난해 5500가구로 줄었고, 올해 다시 8000가구로 늘었다. 표본 가구수가 갑작스레 확대되면서, 올해 새로운 표본이 전체의 56.8%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과거 교체 표본 비율(33.3%)에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특히 빈곤층이 많은 1인가구, 고령층이 새로운 표본 가구로 많이 유입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저소득층이 새로 많이 들어오면서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주장을 제기한 것은 강신욱 신임 청장과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었다. 당시 통계청 쪽은 표본 가구 수 변화가 통계에 미친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추세는 유사하다”며 소득분배 지표로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가계동향 표본 문제와 이번 인사가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강 청장 발탁은) 통계 신뢰성 논란을 극복하고 경제·사회정책과 관련한 통계를 충실하게 개발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강 청장은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은 다면적·확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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