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삼성그룹 등 특정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제외된 데 대해 “일반적 현상이 아닌 예외적 사례를 규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일반 규율장치를 두는 건 비효율 문제가 있다”며 “예외적 사례가 개혁의 중요 대상이지만, 매우 예외적인 사례를 딱딱한 법률과 경직적인 사전 규제로 해결하려고 했기에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민주화가 소기의 성과를 못 내고 실패를 반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출범 이후 지난 1년간의 현실 경험에 기초해 21세기 한국 경쟁법의 지향목표와 범위, 대상을 재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사전브리핑에서 "모든 문제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의 상법 집단소송제, 금융위원회의 금융통합감독시스템, 보건복지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을 통한 유인구조설계 등 다양한 법률 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체계적 합리성을 높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금융보험사만의 단독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설정하도록 권고했지만, 공정위는 최종 개편안에서 이를 제외하고 현행 규제를 유지했다.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실제 의결권 제한 효과가 발생하는 사례는 삼성그룹 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삼성의 금융보험사 지분매각 ‘봐주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규정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과 주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그룹조직의 변화로 계열사 분할합병은 점점 더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규정도 마련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규제 체계가 훨씬 중요하고 해당 그룹도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편안을 두고 너무 기업을 옥죈다거나 너무 약하다와 같은 상반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국회의 깊이 있는 심의를 포함해 모든 국민이 지속 가능한 개혁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의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재벌 폐해 사례를 실태 조사해보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 예외적인 현상이 많은데, 딱딱한 법률적 수단에 의존하면 경제적 비용과 정치적 저항이 커질 것이고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우 예외적인 사례에 초점을 맞춘 경직적 사전 규제는 개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