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5일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거웠습니다. 표본 교체에 따른 신뢰도 논란에서 통계청 독립성 논란으로까지 번진 상황입니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는 어쩌다 ‘태풍의 핵’이 된 것일까요? 앞으로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지난 28일 취임식 뒤 기자들과 만나 “가계동향 조사 통계를 더 유용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황수경 청장의 갑작스런 경질로 인해, 가계동향 조사의 개편은 불가피해보입니다. 실제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소득부문)를 2020년부터 수정하는 방침을 세우고 세부안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표본을 가계동향 조사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정비하고, 조사 방식을 현재 면접조사에서 과거 가계부 기입 방식으로 바꾸는 등 큰 변화가 예고됩니다.
가계동향 조사의 신뢰도가 의심 받아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난 3년간 가계동향 조사의 표본 수가 줄었다, 늘었다 널을 뛰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애초 표본 수는 2016년까지 8700가구로, 매 3년 주기로 개편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인구 변화 구성 등을 반영해 매년 표본 수의 33.3%를 바꾸는 것입니다. 각 응답 가구는 36개월간 가계부를 작성하며, 조사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고소득 가구의 응답률이 떨어져 표본 대표성 논란이 불거지자, 통계청이 가계동향 조사 소득 부문을 2018년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에 표본 수는 지난해 5500가구로 축소했는데, 국회에서 극적으로 통계가 되살아나면서 올해 8천가구로 표본 수가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표본 가구수가 갑작스레 늘어나면서, 올해 새로운 표본이 전체의 56.8%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인 1분위에만 새로운 표본이 65%나 들어왔습니다. 특히 새로운 표본을 분석해보니 빈곤층이 많은 1인가구, 고령층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뒤따랐습니다. 올해 1분위 가계소득이 1분기에 8%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소득분배 지표도 악화됐습니다. 이런 주장을 제기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 강신욱 신임 청장입니다.
당시 통계청 쪽은 1인 가구와 고령층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2015년 인구총조사의 기반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인 가구와 고령층이 2010년 인구총사자 때보다 많아졌기에 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2017년 1분기와 동일하게 가구주 연령과 가구원수 등을 가정해 분석했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며 소득분배 지표도 “전반적인 추세는 유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이처럼 변화가 컸던 가계동향 조사의 시계열 비교가 적절한지 여부입니다. 통계청은 ‘2017년 가계동향 조사(지출 부분)’을 발표하면서 시계열로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조사 방식이 가계부 작성에서 면접조사로 바뀌었고, 공표 시기도 분기 단위에서 연간 단위로 바뀌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소득 부문의 공표 시기는 분기 단위로 유지되지만, 역시 조사 방식이 바뀌었고 표본 수도 들쑥날쑥해 시계열로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통계청도 뒤늦게 올해 2분기 가계동향 조사 소득 부문을 발표하면서,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전년과 올해 통계수치를 직접 비교해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가계동향 조사가 주목은 받기 시작한 데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역할이 큽니다. 사실 올해 2월 ‘2017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가 1분위 소득이 10.1%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을 때 통계청은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습니다. 2018년에 폐지를 앞두고 2017년 표본 수를 줄여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터라 2016년 4분기 이후로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통계가 나온 당일 공교롭게도 기자간담회가 예정됐던 김동연 부총리는 “1분위 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등 소득분배가 개선된 점은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말했고, 그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통계”라며 반복해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 소득 증가는 보통 3분기(7~9월)에 있던 추석 연휴가 2017년에는 4분기(10월)에 포함된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에도 표본 수가 크게 감소한 탓에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이런 논란이 올해 1분기에 1분위 소득이 급감하면서 더 커진 셈입니다.
통계청은 도마에 오른 가계동향 조사를 전면 개편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에는 소득부문은 그대로 유지된 채 연 단위로 공표되는 지출부문을 분기 단위로 바꾸는 작업합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소득부문과 지출부문을 통합해 분기 단위로 공표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표본 수도 늘어납니다. 기재부는 내년 가계동향조사 예산을 159억4100만원 편성했습니다. 올해 예산(28억5300만원)의 5배가 넘습니다.
이처럼 표본과 조사방식을 바꾸면 통계의 정확성이 높아집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표본 수가 많을수록 통계의 신뢰성이 커진다. 또 가계부는 응답자가 매일 작성하기에 면접조사보다 더 정밀하다. 하지만 응답을 꺼리는 분위기가 갈수록 커져서 조사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데 예산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표본 수를 늘리고 가계부 작성 방식으로 다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2020년 이후 가계동향 조사의 소득부문은 다시 큰 변화를 겪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두 차례의 표본 변화를 겪어 시계열 비교가 어려워졌는데, 다시 한 번 시계열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동향 조사의 소득부문 표본을 지출부문에 맞추는 방식으로 변경하면 소득부문의 경우 표본이 연속적으로 바뀌는 탓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각 연도별로 전혀 다른 통계가 돼버린다. 당연히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계열 비교가 중요한 소득부문 표본을 유지하며 지출부문과 통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내년 준비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지표와 기존 지표와의 정합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시계열 단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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