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아침 독일 베를린 전승기념탑(일명 천사탑)에 IFA 2018을 알리는 깃발이 서 있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이파) 2018’이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했다. 인구 7억4000만의 유럽 시장과 12억 아프리카 시장을 목표로 한 전 세계 1600여 가전·정보통신 업체의 6일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올해 국내 업체들이 이파에 들고 온 무기는 인공지능(AI)과 프리미엄(고급화)이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인공지능을 입혀 더 똑똑해진 가전제품과 50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제품을 쏟아냈다. 내구성과 깔끔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들이었다. 다만, 이번 전시에 눈길을 잡아끄는 신제품이나 혁신적인 제품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은 연초 미국에서 열리는 시이에스(CES)에서 주로 공개하고, 8월 말 이파에서는 이를 개선한 제품이 전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엘지전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전시장 북동쪽에 차린 4669㎡의 대규모 부스를 공개했다. 초고화질인 8K 올레드(OLED) 텔레비전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170형(인치)이 넘는 마이크로 엘이디(LED) TV도 내놨다. 엘지의 신성장 사업인 로봇 분야에서는 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이 공개됐다.
LG전자 직원이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소개하고 있다.
또 엘지는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하고, 야외 전시장에서 따로 공개하는 등 공을 들였다. 유럽은 연간 빌트인 판매액 180억 달러로, 세계 최대 빌트인 시장이다. 엘지전자는 비투비(B2B)라는 빌트인 특성을 고려해 유럽 가구 업체와 협업을 통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송대현 엘지전자 가전(H&A)사업본부장(사장)은 “생활가전 분야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와 ‘엘지 시그니처’ 등 초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인공지능과 로봇 등 미래 사업 분야는 개방형 혁신을 기반으로 시장지배력과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 IFA에 꾸린 부스의 외관.
삼성전자는 참가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1만2572㎡ 면적의 전시·상담 공간을 마련하고, 하반기 전략 제품과 스마트홈 제품을 전시했다. 8K 해상도의 큐엘이디(QLED) TV를 공식 출시하고, 65~85형(인치)에 이르는 라인업을 전시했다. 8K용으로 제작되는 방송 콘텐츠가 별로 없지만, TV에 내장된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8K급으로 해상도를 높인다. 지난해 출시돼 유럽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퀵 드라이브’ 세탁기와 2년 전 인수한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의 제품도 선보였다. 퀵 드라이브는 드럼 세탁기에 전자동 세탁 방식을 접목해 세탁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이 특징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가전부문장(사장)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강화를 위해) 빅스비와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8K QLED 텔레비전을 공개했다.
삼성과 엘지에 맞서 유럽 가전 업체들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텃밭 사수에 나섰다. 유럽 명품 가전을 대표하는 밀레는 세계 최초로 음식 잔여물을 계산해 세제량을 자동 투입하는 식기세척기와 39분 만에 최소량의 물로 세탁을 마치는 ‘싱글워시’ 세탁 기능을 선보였다. 유럽 가전 시장 1위 업체인 보쉬는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한 의류건조기와 전력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인덕션 제품 등을 선보였다.
코웨이와 쿠쿠, 위닉스 등 국내 중견 업체도 부스를 공개했다. 국내 렌털 1위인 코웨이는 7년 만에 이파에 부스를 차리고,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의류 청정기를 전시했다. 2009년 이후 두 번째 베를린에 온 쿠쿠는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스튜와 고기구이, 생선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멀티 쿠커 신제품을 내놨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이파에 참가하는 위닉스는 공기 정화와 습도 조절 기능을 갖춘 에어워셔 신제품을 공개했다.
베를린/글·사진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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