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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ISDS 청구 남발 제한했다지만…정책주권 확보엔 ‘미흡’

등록 2018-09-03 21:59수정 2018-09-04 07:21

한-미FTA 개정 협정문 전문 공개

정부 “정책주권 보호 요소 반영”
사소한 청구 막는 데 개선 초점
표현 모호해 정책주권 확보 한계
“ISDS 폐기 추진 나프타 참조를”
지난 3월 말 ’원칙적 타결’ 발표가 있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문 전문이 3일 공개됐다.

정부는 미국 투자기업·자본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청구 남발을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주권 보호 요소를 협정문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SDS의 청구 요건인 내국민대우·최소대우기준·최혜국대우(MFN) 위반과 관련해 “(청구 가능한 한-미FTA 협정 위반 여부는)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에 기초해 차별하는지를 포함한 전체 상황에 달려 있다”거나 “사소한 청구를 근절하고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등 ‘모호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리엇 등이 삼성물산 합병 건을 이유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이미 청구한 ISDS 분쟁은 이번 ISDS 조항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난 3월 말 협정 타결 당시 우리 정부는 ‘ISDS 개선’을 대표적인 협상 성과로 내세웠다. 실제로 개정 협정문을 보면, ISDS를 담고 있는 ‘투자’챕터(제11장) 제11.3~5조(ISDS 청구 요건인 한-미 FTA 협정문상 내국민대우·최소대우기준·최혜국대우의 위반)와 관련해 크게 7가지 항목에 걸쳐 변경이 이뤄졌다. ISDS 남발을 억제하는 조항은 △동일한 정부 정책조처에 대해 양자 투자보장협정(IBT) 등 다른 투자협정을 통해 ISDS 절차가 이미 개시·진행된 경우 한-미 FTA를 통한 ISDS 제기가 불가능하고 △중재판정부가 본안 전 항변 단계에서 신속절차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유에 ‘명백히 법률상 이유가 없는 ISDS 청구’가 추가됐다. 또 △다른 투자협정상의 분쟁해결절차에 적용하기 위해 한-미 FTA의 최혜국대우 조항을 원용할 수 없다는 점과 △ISDS 청구 시 한-미 FTA 위반 여부 등 모든 청구요소에 대한 투자자의 입증책임을 명시하고, △‘설립 전 투자’에 대한 ISDS 청구요건을 구체적인 행위(허가·면허 신청 등)를 한 경우로 제한했다. 청구범위를 줄인 셈이다.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보호에 대해서는 △‘동종 상황’에서 미국 투자자본에 (내국인에 비해) 차별적으로 달리 대우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에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에 기초해 구별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또 투자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최소기준 대우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의 경우, 내국민 대우 위반인지는 “이 목적 여부를 포함하는 전체 상황에 달려 있다”는 쪽으로 다소 모호하게 기술돼 있다. 비록 공공복지 목적이라하더라도 ‘전체 상황에 따라’ ISDS 청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어 협정문 부속서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가) 투자분쟁에서 사소한 청구를 근절하고 방지하기 위한 모든 잠재적 개선을 고려한다”고 명시해, 향후 ISDS 절차 개선을 위한 추가 개정의 근거를 마련했다. 바꿔 말해, 이번 ISDS 조항 개선이 ‘사소한 청구’를 막는 쪽에 맞춰져 있을 뿐, 우리 정부의 국가 정책주권을 온전히 확보한 건 아님을 시사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통상당국은 타결이 임박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사실상의 ISDS 폐기’ 및 국제투자자의 광범위한 기존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나프타식 ISDS’에 대한 중대한 변경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나프타 ISDS 모델에 기초해 있는 한-미 FTA의 ISDS도 폐기에 준하는 방향으로 추가 개정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이번에 ISDS가 진전된 내용으로 개정됐지만,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ISDS 남용 사례를 주로 다루고 있을 뿐 현재 진행 중인 엘리엇의 ISDS 사건 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나프타 재협상에서 미국이 ISDS에 대해 근본적인 변경을 가하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가 주체적으로 ‘폐기’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ISDS 개정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ISDS 조항은 최근 ISDS를 둘러싼 국제적 컨센서스의 중요한 핵심요소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혁신 가치가 인정되면 약가에서 10%를 우대해주는 우리 보건당국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 제도’는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연내에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월 말 한-미 FTA 타결 직후부터 이 제도의 시행을 유예하고 개정사항을 검토해왔다. 자동차의 경우엔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부품교체(부품 자기인증) 때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우리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한국 자동차관리법에서 간주하고, 연간 판매량 4500대(2009년 기준) 이하인 미국 차에 완화된 환경(연비·온실가스)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2021~25년 적용)의 상세한 기준 및 완화 비율을 한·미 양국이 협의해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3월 말 원칙적 타결 발표 이후 그동안 개정협정문 문안을 조율해 마련했으며, 미국은 의회 협의 절차를 이미 완료해 발효를 위한 자국내 절차를 끝냈다. 우리는 조만간 대통령 재가·서명을 거쳐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양국은 발효에 필요한 국내절차를 올해 말까지 완료하고, 국내절차 진행 도중에 발생하는 양국간 통상 관련 현안은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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