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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개정 한-미FTA도 ‘트럼프식 보복관세’에 무용지물

등록 2018-09-04 18:03수정 2018-09-04 20:43

협정문 ‘필수적 안보’ 조항
“자국 필수안보에 필요한 조치
중재절차서 무조건 예외 인정”
이번에 개정 때도 변경 안해

트럼프, 철강 이어 자동차에
국가안보 영향 이유로
보복관세 부과 나서도
여전히 대응할 수 없어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미국이 철강에 이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도 ‘무역확장법 232조’의 국가안보 영향을 근거로 보복관세 부과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필수적 안보’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의 중재절차에서 예외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다시 개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의 무차별 통상 공세에는 별다른 대응 수단을 갖지 못하는 ‘비대칭’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현행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 후반부에 배치된 제23장(예외)의 23.2조(필수적 안보)를 보면,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당사국이…자국의 필수적 안보이익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 조항의 주석에는 “당사국이 제11장(투자) 또는 제22장(제도규정 및 분쟁해결)에 따라 개시된 중재절차에서 이 23.2조를 원용하는 경우, 그 사안을 심리하는 중재판정부 또는 패널은 그 예외가 적용됨을 판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품에 대한 추가 고율관세 부과 등 수입 제한 조처를 발동한데 대해 우리가 ‘국제 자유무역질서·규범을 어겼다’고 분쟁 중재를 신청하더라도, 중재 패널은 무조건 ‘예외’로 인정해 미국의 조처를 수용하기로 지난 2010년 추가협상 타결 때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트럼프 통상당국이 국가 안보를 빌미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전가의 보도’처럼 동원하고 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문에도 공교롭게 유사한 연번(23.2조)으로 이를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총 700여쪽에 이르는 협정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목은 이번 개정 협상에서 아무런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개정됐지만, ‘필수적 안보 예외’ 조항이 보여주듯이 상대 파트너인 미국의 세탁기·태양광패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철강 수입쿼터, 자동차 관세부과를 위한 국가안보영향 조사 등 무차별 통상공세에 잇따라 직면하면서 양국 무역협정은 여전히 무력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때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동맹 틀조차 별다른 견제·보호 구실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당국자는 3일 “이번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심사항을 우리 쪽이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는 232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개정 협정문 비준·발효를 위한 국내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발생하는 통상 이슈는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기보다는 양국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트럼프식 통상을 감안할 때 에프티에이 틀 안에서 대응하면 오히려 미국이 또 다른 요구사항들을 들고나오면서 우리 처지에서는 일이 더 꼬이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판이 커지지 않고 소규모 패키지 딜로 개정 협상을 끝낸 건 우리로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은 큰 탈 없이 끝났을지 몰라도, ‘232조 자동차 관세’ 리스크 등을 비롯해 협정문 ‘바깥’에서의 양국 통상관계는 계속 꼬이면서 ‘무역동맹’ 협정으로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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