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근업계 상위 6곳이 가격 짬짜미로 총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국내 6개 제강사를 적발해 과징금 1194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철강사 6곳은 2015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모두 12차례 월별 합의를 통해 가격 ‘할인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담합했다.
과징금은 현대제철이 417억6500만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 302억300만원, 한국철강 175억1900만원, 와이케이스틸 113억2100만원, 환영철강 113억1700만원, 대한제강 73억2500만원이다. 공정위는 이들 가운데 와이케이스틸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내 최대 제철회사인 포스코는 부가가치가 높은 강판, 후판 등을 주로 만들고 철근은 생산하지 않는다. 이번 담합은 철근 부문에서 일어났다.
국내 철근 가격은 건설사 모임인 ‘건자회’와 철근업계 대표인 현대제철·동국제강이 원료와 시세를 토대로 분기에 한 번씩 협상을 벌여 정한 ‘기준가격’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철근심 지름 10㎜인 고장력 제품 1t을 기준으로 60만원 내외인 기준가격에서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얼마만큼 가격을 깎을지 할인폭을 정해 가격경쟁을 한다.
2015년 건설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중국산 철근 수입량이 증가하고 원재료인 고철 가격이 하락하면서 철근 시세는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공정위 조사결과, 국내 공급량의 81.5%를 차지하는 상위 6개 업체는 가격 경쟁이 계속될 경우 철근 시세가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가격을 담합했다. 영업팀장급 회의체를 조직해 20개월 동안 서울 마포구 식당·카페에서 30여 차례 이상 직접 모이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월별 할인폭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대형건설사에 직접 판매하는 ‘직판향’(전체 물량의 30%)은 8차례, 유통사를 거치는 ‘유통향’(전체 물량의 60%)은 12차례 구체적인 월별 최대 할인폭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합의가 있는 달은 전달보다 할인폭이 축소되는 등 담합이 실거래가 형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한 번 합의한 뒤 시간이 지나 효과가 약화하면 재합의를 반복하면서 담합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1990년대 이후 이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국내 철근 시장 담합을 적발했으며, 부과 과징금은 이번 적발이 가장 크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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