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지난달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등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경제동향’ 9월호를 내어 “투자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 지표가 다소 회복했으나 내수의 개선을 견인하기에는 미약하다”며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이 보고서는 올들어 처음으로 ‘개선 추세’라는 표현을 빼고 ‘경기 하락’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경기 지표와 진단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7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한 해 전보다 각각 10.4%, 7.0% 줄었고, 광공업생산도 자동차(-12.0%) 등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다. 건설업 생산도 전달(-6.3%)에 이어 7.0% 감소하며 부진을 지속했다. 다만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자동차 판매(15.9%)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매판매액지수가 내구재를 중심으로 6.0% 증가했다. 하지만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101.0포인트)보다 1.8포인트 떨어진 99.2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지속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란 의미다.
반면 8월 수출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대체로 양호한 증가세(8.7%)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31.5%), 석유제품(46.3%), 선박(-71.8%) 등을 제외하고도 수출은 5.3% 증가율을 보였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견실하고 투자도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크게 나쁘지 않으며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빠른 하락 위험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10만명대 아래로 떨어진 취업자 수 증가폭이 7월에 5천명으로 쪼그라든 것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김 부장은 “혁신성장이든, 소득주도성장이든 정부는 정책을 펼칠 때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판단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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