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결정이 난 한국지엠 군산공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이 타결된 지 넉달여 만에 2대 주주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지엠의 ‘깜깜이 경영’에 법적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지엠이 7월에 연구개발(R&D)법인과 생산법인의 분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철수준비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산은이 지엠 쪽에 설명을 요청했으나 두달 가까이 뾰족한 답을 얻지 못하자 공개적으로 법적 조처에 나선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한돌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우리가 (신설법인 추진과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면서 “잠재적 위험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 7일 법원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0일 정부와 산은이 미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지엠 정상화 방안을 타결한 데 이어,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7월20일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연구개발 신설법인 설립 뜻도 밝혔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이에 강력 반발해왔다. 노조 쪽은 “현재의 단일 법인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기능으로 2개 법인으로 쪼개는 것은 제 2의 공장폐쇄 또는 매각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비토권을 지닌 주요 주주인 산은을 상대로 지엠이 다시 ‘깜깜이 경영’을 되풀이 하는 것과 관련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신설법인 문제는 7월 말~8월 초 (한국지엠) 이사회에 구체적인 안건 대신 보고 형태로 올라왔다”며 “우리도 뭘 알아야 조치를 취할 것인데 구체적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은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신설법인의 구체적 내용과 기대효과, 목적을 이사회에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도 비슷한 내용의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우리가 반대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정상화) 기본 협약의 정신에 위배되고 잠재적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은 물론 산은 추천 사외이사조차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법적 조치로 갈 수밖에 없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앞서 정부와 산은은 민간기업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한다는 일부 비판에도 이른바 ‘일자리 가성비’를 들어 한국지엠에 81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국내 부품업계 등 연구·개발 생태계에 수백억원 상당의 예산도 배정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지엠을 장기 경영한다는 미 지엠의 의지를 확인하고, 산은이 2대 주주로서 경영참여와 공장철수 견제장치를 갖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 회장은 이번 조처가 산은이 지엠과 체결한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서에 근거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처분 신청은) 유리한지 불리한지, 비토권 대상인지 아닌지, 노조 협의사항인지 아닌지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며 “한가지 확실한 건 (산은과 지엠 간) 기본 계약서에 소송을 할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돈이 투입된 뒤 지엠이 다시 ‘깜깜이 경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신설법인 추진을 포함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영행위를 주총에 부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정세라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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