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는 세계 어디에서나 비쌉니다. 스타벅스 카페라테(톨 사이즈) 한 잔 가격은 달러 기준으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4.22달러, 서울은 3.67달러(약 4100원)입니다. 이렇게 비싸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스타벅스를 찾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파는 전략으로 다른 카페와 차별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는 매장 위치가 좋기 때문이죠. 스타벅스는 언제나 좋은 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국적인 노천카페와 바가 즐비한 중국 베이징의 번화가 싼리툰엔 최신 유행을 이끄는 다양한 상점이 모여 있는데요. 반경 1㎞ 안에 크고 작은 커피숍 100여 곳이 성업 중입니다. 스타벅스는 이곳에 5개 매장을 두었습니다.
사실 커피 원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원두와 일회용컵 등 원재료비가 매출액의 13% 정도인데요. 5천원짜리 스타벅스 커피 원가는 650원인 셈이죠. 스타벅스는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누가 엄청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일까요?
팀 하포드는 <경제학 콘서트>에서 데이비드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차액지대론은 토지가 비옥할수록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해, 비옥한 토지를 가진 지주가 더 많은 렌트비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리카도가 살던 시대에는 비옥한 토지를 왕이나 귀족이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물주 위에 있다’고 하는 건물주가 갖고 있습니다.
차익지대론은 희소성을 가진 사람의 ‘힘의 우위’를 보여줍니다. 목 좋은 건물에 입주하고 싶은 자영업자는 줄을 서 있습니다. 명예퇴직·은퇴를 한 사람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데다 사회복지 시스템 역시 뒷받침해주지 않아 일을 해야 합니다. 수요(자영업자)는 많은데 공급(건물)이 제한되니 공급자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임대료는 오르고, 자영업자 이윤은 상당 부분 임대료로 바뀌어 건물주가 가져갑니다. 스타벅스 커피값의 상당 부분이 건물주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책에서 현실로 눈을 돌려보죠. 2018년 6월 일어난 ‘궁중족발 사건’을 기억하시죠. 협상력이 떨어지는 임차인이 대책 없이 내쫓기게 되자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법이 자영자와 건물주 사이에 ‘힘의 균형’을 맞춰줘야 합니다. 2001년 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나마 균형을 잡아주는 법입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될 때마다 빈틈을 노린 건물주의 편법이 횡행해 ‘임차인 보호’라는 근본 취지가 훼손되기 일쑤였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정쩡한 봉합 수준에 그치면 개정 요구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고, 궁중족발 사건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어렵습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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