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소득자 세무조사에서 발견된 차명 통장들. 국세청 제공.
인천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한 음식점은 지난해 수도권 일대에 분점을 여러 곳 내면서 현금매출이 늘자, 이를 숨기기 위해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매출액을 관리하며 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 현금 매출을 숨기기 위해 전산기록(포스 데이터)도 주기적으로 삭제했다. 이 업체는 소득세 10억원을 추징 당했고 전산기록을 삭제해 고의적으로 소득을 숨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국세청은 서민층에게 폭리를 취하면서 소득을 탈루한 사업자 20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나 개인유사법인(법인이지만 실질적 운영은 개인사업자 형태)들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불법 대부업자, 갑질 부동산 업자, 금수저 부동산 임대업자, 변칙 인테리어업자, 고액학원 스타강사, 지역유착 부동산 개벌업자, 기업형 음식사업자 등 8개 유형이 포함됐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거나 갑질 행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도 세금을 탈루한 이들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이 된 탈루 혐의 사례를 보면,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에게 인테리어 비용 등 개설비용을 차명계좌로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탈루했다. 친인척 명의로 학원을 설립해 소득을 분산하고 학원비를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받아 매출을 속인 학원과 스타강사들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임대료를 올리고도 임대료 인상분 액수를 줄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한 부동산 임대업자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자뿐 아니라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도 벌인다고 밝혔다. 차명계좌 사용이나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인 세금 포탈 정황이 발견될 경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이 이뤄진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고소득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1107건을 적발하고 9404억원을 추징했다. “고소득 사업자 가운데는 ‘서민 착취형’ 사업자의 탈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국세청 쪽 설명이다.
현재까지 적발된 사례를 보면, 서울 지역 한 프렌차이즈 업체 사주는 직원 명의로 위장 가맹점을 개설해 소득을 분산하고, 장부를 이중으로 작성해 1천억원대 현금매출 신고를 누락했다. 이 사주는 법인 자금 200억원을 횡령해 개인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쓰기도 했다. 또 월 수강료 수백만원짜리 고액 기숙학원을 운영하는 한 학원 법인은 직원 명의로 유령 급식업체를 설립해, 실제 식자재 매입원가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 학원은 실제 근무한 적이 없는 사주의 부인에게 강사료를 지급한 것으로 꾸며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도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