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평양 남북정상회담 선발대로 평양에 도착한 권혁기 춘추관장이 17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재벌 총수 등 ‘경제인 17명’은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북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18일 리용남 북한 경제담당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구체적인 협력 의제들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가 나올 전망이다. 방북 경제인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당장에 비즈니스 현안을 준비하긴 어렵지만, 북한의 최고지도자 및 경제 각료에게 직접 경제·산업 협력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룹 총수가 방북하는 삼성·엘지(LG)·에스케이(SK) 쪽은 “특별히 미리 준비한 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엘지그룹 관계자는 남북 경협사업과 관련해 “일단 북한에 가서 그쪽 담당자들과 만나 얘기한 뒤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북한에서 어떤 요청을 하는지 들어보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며 “이번에 경제인들이 동행하는 의미는 북한 핵문제가 잘 풀리면 경제 영역에서 협력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남북 경협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8월 그룹 내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뒤 북한 자원개발과 인프라 구축, 제철소 재건 등 사업 구상에 상당 부분 진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북한의 지하자원을 들여와 쓰는 데서 나아가 철도·도로 등 인프라 구축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한반도 철강산업 재건에도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앞서 “단기적으로 철강사업과 그룹사 사업에 활용되는 자원의 사용과 개발에 중점을 두며 장기적으로는 북한 인프라 구축과 철강산업 재건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사업의 ‘우선권’을 주장하는 현대그룹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대그룹 쪽은 “현정은 회장이 이번 방북 때 기회가 생기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평양 일정이 환담·시찰 등 공동 행사여서 개별 기업이 따로 뭘 얘기할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대표해 방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까지 누구를 만날 수 있고 어떤 얘기를 나눌 수 있을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북쪽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돌아와 함께 나누고 싶다”며 “노무현 대통령 때 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더 많이 설레고 기대된다”고 했다.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방북 수행단에 포함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은 경협의 기반을 닦는 기초 작업을 찬찬히 하고 있다. 초기 위험도 크기 때문에 국제금융기구 등 국제적으로 합심해 큰 그림을 그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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