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 이어 또다른 미국 투자자인 메이슨캐피탈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을 정식 청구했다. 두 투자자본 모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소 대우기준 및 내국민 대우 조항을 위반했다는 주장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부당한 합병 개입은 국민 감정에 호소하는 ‘국수주의적 편견’에 기인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18일 법무부가 공개한 메이슨캐피탈의 ‘중재통보 및 청구서면’을 보면,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위법행위(한-미 자유무역협정 제11조의 최소대우 기준 및 내국민 대우 조항 위반)로 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 13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공식 청구했다.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2만달러 이상’ 및 위반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중재판정액이 모두 지급되는 날까지 복리로 계산된 이자, 메이슨의 변호사·전문가 보수, 중재판정부에 대한 보수 등 ‘중재 절차와 관련해 소요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7억7천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상하라는 ISDS 청구를 제기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청구서면에서 메이슨은 “한국 정부가 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공연한 국수주의적 편견과 차별을 드러냈다”고 곳곳에 명시했다. 메이슨은 “합병반대 투표를 외국 벌처펀드에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묘사하기도 했고, 이런 편견은 엘리엇의 유태계 미국인 대표에 대한 충격적인 반유대주의로 발현되었다”며, “일례로, 다수의 한국 언론사들은 본 건 합병에 관하여 부정적 입장을 보인 국제 의결권자문사 ISS의 특별보고서를 ‘ISS는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유태계 자금으로 설립되어…ISS의 합병반대는 유태계 동맹이라는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이슨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한국의 악명높은 매국노(이완용)의 이름을 들먹여가며 합병에 찬성하도록 설득하고, 합병이 무산될 경우 국민연금은 헤지펀드한테 국부를 팔아먹은 셈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하였다”고 명시했다.
엘리엇 역시 지난 7월 12일에 공개한 ISDS 청구서면에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법 위반 행위·조처들은 “외국인 투자자인 엘리엇에 대한 국수주의적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한국정부와 국민연금의 행위들은 인기없는 외국인 투자자보다 국내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편견의 결과물이었다는 전말이 밝혀졌다”며 “본 건에서 내국인(삼성)에 대한 편파적 대우는 추악한 편견의 결과이며, 국수주의적 국민 정서가 조작돼 자극되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또 이 청구서면에서 “엘리엇에 ‘미국 벌처펀드’라는 오명이 덧씌워졌으며, 엘리엇의 싱어 회장을 ‘돈밖에 모르며 착취적 성격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인물’로 낙인찍고 정형화시켰다”고 주장한 뒤 “(국민연금은) 노골적으로 국수주의적 열기에 호소하면서 합병에 반대하는 자는 한국에 대한 반역자로 간주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였다”고 명시했다.
이번에 메이슨과 엘리엇은 둘 다 세계투자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아니라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의 중재규칙에 근거해 중재 청구에 나섰으며, 중재 관할지역도 런던으로 동일하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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