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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폭탄세일 붙여봐도…” 구멍가게 ‘볕’이 안보인다

등록 2005-12-09 18:14

<b>“웃음 찾을 날은 언제…”</b> 대형 유통업체들의 난립으로 동네 구멍가게 등 중소 자영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에서 한 채소상인이 손님을 기다리면서 파를 다듬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웃음 찾을 날은 언제…” 대형 유통업체들의 난립으로 동네 구멍가게 등 중소 자영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에서 한 채소상인이 손님을 기다리면서 파를 다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2003년 불황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성장
대형 할인점 ‘파죽지세’에 편의점까지 구석구석 침투
중소유통업 사면초가 고작 담배·소주찾는 손님만 부업 나서거나 일용직 전업

서울 상봉동 주택가에 자리한 ㅁ수퍼 주인 강아무개(55)씨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장사하면서 한달동안 손에 쥐는 돈은 50만원 안팎이다. 하루 손님은 스무명 남짓. 그나마 담배와 소주 한두병 사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화장품 외판원과 노점상 등을 거쳐 마련한 종잣돈으로 10년 전 이 곳에 둥지를 틀 때만해도 이렇진 않았다. 한달에 200만원은 벌었다. 그러나 5년 전, 길 건너에 이마트가 생기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 라면, 과자, 통조림 등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이 이마트나 코스트코에 가서 쌀이니 과자를 잔뜩 사오니까…”

수입이 크게 줄면서 같이 가게를 꾸리던 남편(57)은 올초부터 이삿짐센터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 일이 없는 날에는 리어카에 헌옷, 공병 등을 모아 고물상에 넘긴다. 강씨 가게 근처에 있던 ㅇ수퍼는 몇달 전 문을 닫았다. 강씨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아는 게 없고, 경험도 없어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할인점 까르푸가 있는 면목동에서 23년 동안 수퍼를 하는 김아무개(62)씨도 부업을 시작했다. 가게 앞에서 동네 꼬마들을 상대로 붕어빵과 어묵(오뎅)을 만들어 판다. 한달 100만원도 안되는 소득으로 가게세와 생활비, 남편 병원비 등을 감당할 수 없다. 손님들이 쇼핑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차를 기다리는 까르푸 앞길과 썰렁한 면목시장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왕폭탄세일’이라는 종이가 그릇가게, 장난감가게 등에 덕지덕지 붙어있어도 손님은 없다. “시장이 너무 어렵습니다. 건물주님께서 도와주십시오”라는 현수막마저 나부낀다. 까르푸가 생기면서 시장경기는 가라앉았는데, 일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려는 조짐을 보이자 ‘읍소’에 나선 것이다.

면목시장에서 야채가게 ㅇ상회를 운영하는 홍아무개(46)씨는 어머니(70)와 함께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스무시간 일하는 게 보통이다. 홍씨는 “원래 닭 튀김을 팔았는데, 까르푸가 생기면서 하루 100마리 팔리던 닭이 5마리로 뚝 떨어져 장사를 접었다”고 털어놨다.

동네 구멍가게, 재래시장이 스러지고 있다. 구멍가게 어려운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나빠지고 있으며, 회복기미도 안 보이는 게 문제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호황 끝자락이었던 지난 2002년 대형할인점 매출이 21.3% 급증할 때, 구멍가게 등 기타소매점도 2.3%지만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2003년 불황이 시작되자, 대형할인점은 8.6% 성장세를 계속 이어갔지만, 기타소매점은 -5.0%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대형할인점은 2004년 5.8%, 올해 7%대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타소매점은 지난해 -1.7%에 이어 올해도 -1%대가 예상돼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더욱이 대형할인점 외에 홈쇼핑, 인터넷쇼핑이 늘어나는데다 대기업 편의점들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개인 중소유통업체는 사면초가 신세다. 무점포판매업은 3분기 8.8% 고성장세를 보이는 등 최근 대형할인점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편의점이 28%, 대형소매점이 16%인데 반해 중소유통업체는 -8%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중소유통업체를 찾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다. 대형할인점이 더 싸고, 싱싱하고, 쇼핑도 편하고, 환불도 간편하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쇼핑행태가 1주일에 한번씩 차로 한꺼번에 물건을 사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중소유통업은 사업체 수 65만개, 고용인원은 대략 130만명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서민들인데, 이들을 유도할 다른 업종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형할인점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는 중소유통업은 사양화되고 있다”면서도 “정부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을 키워 소비자들이 찾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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