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정정보 흘러갔나
재외공관 경비·해경 함정 지출
부처 사이버안전센터 정보 등도 포함
기재부 “국가 안위 위협·악용 소지”
심의원 “압수수색 때 다 가져가”
재정정보 공개범위 논란도 가중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기획재정부가 1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려받은 재정정보에 남북정상회담 식자재 업체까지 포함돼 있는 등 국가 안위를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자료 반환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도 심 의원의 행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 행위”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재정정보 유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방대한 재정정보의 공개 범위 및 권한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둘러싼 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심 의원이 유출한 자료 가운데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변인은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직 인사 동선이나 식자재 시설관리업체 정보가 흘러나가면 테러 등 고위직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관련 식자재 구입 업체 정보도 노출이 됐는데 이 역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이 예시로 든 정보 가운데는 재외공관 보안시설 경비업체 세부 내역, 해양경찰청이 한국 어민 보호를 위해 설치한 함정이나 그와 관련한 항공기 도입 관련 지출, 각 부처의 사이버 안전센터 등 정보시스템 관리업체 명단, 청와대 통신장비 업체 정보, 각종 채용 관련 심사위원 정보 등이 포함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을 부각하며 심 의원이 감추려는 건, 국가기밀 유출이라는 본질”이라고 지적하며 자료 반환과 검찰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심 의원 쪽은 이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원본은 물론 복사본까지 가져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보안경비업체 등 안보와 관련된 자료를 유출했다는 우려에 대해선 “업무추진비만을 따졌고, 다른 자료에는 관심이 없다”며 “자료에 업체명, 금액 등만 나와 있어 다른 내용은 파악하기 어려운데 오히려 기재부가 자료 내용을 공개해 보안 내용을 누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래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은 예산의 배정과 집행, 결산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dBrain·디브레인)에서 수집된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디브레인에는 하루 평균 1만5천명의 공무원이 접속해 51만건의 정보가 처리될 만큼 방대한 자료가 축적되는데, 이들 자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접근 권한에 맞춰 적절하게 가공해주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재정분석 시스템 접근 권한은 아이디별로 차이가 난다. 국회의원의 경우 전 부처의 예산 집행 상황을 폭넓게 볼 수 있지만 그 수준은 사업 단위로 제한된다. 세부 사업별로 예산 집행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이를 위해 담당자가 누구를 만나 밥값 등에 얼마를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심 의원 쪽은 모든 접근이 다 허용된 공간에서 자료를 내려받았다. 모든 부처에 대한 건별 정보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런 수준의 접근이 가능한 아이디는 관리자의 것, ‘단 하나’뿐이라는 게 재정정보원 쪽의 설명이다.
다만 현재는 국회의원들이 ‘건별 지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 각 부처에 직접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다. 이럴 경우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하느냐는 각 부처가 정보공개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을 뿐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국가안보 등과 같은 추상적 이유로 비공개 정보를 늘릴 수 있게 한 정보공개법 9조 1항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분석 시스템에서 국회의 열람 범위 역시 기재부가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에선 열람 범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전까지 월별로 집계돼 한달 단위로 제공됐던 예산 집행 내용이 지난 7월부터 일별로 공개되는 방식으로 바뀐 것도 이런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재정분석 시스템이 담고 있는 정보가 여전히 부족한 측면까지 더해, 전반적으로 국회 활용도가 낮다는 논란도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해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지난 27일 “(이번을 계기로) 재정분석 시스템 정보 제공 범위를 더 늘릴 수 있을지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은 “알권리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정보 공개라기보다 공개가 필요한 정보와 비공개돼야 하는 정보를 가르는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이정훈 기자 whorun@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36회 클립